2년쯤 지났을까..? 6학년이 되어 새공책에 새연필에 너무나 기뻐하던 그때..
가족이 모두 외갓집에 가 있던터라 나는 19번 버스를 타고 외갓집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길눈이 어두워 버스를 타고 가더라도 괜히 잘못탔을까봐 때론 잘못내리는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흽쓸리곤한다.하지만 이번 만큼은 예전 몇번 가본 길이였기때문에 또 어렸을때부터 갔었던 낯익은 거리였기때문에 능숙히 갈 수 있었다. 그날따라 어찌나 덥던지 하지의 낮과는 비견할수 없을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중간쯤 왔을까? 청량리역, 롯데백화점, 경동시장을 나란히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끼이익--요란한 소음과 함께 섰다. 너무 놀랐지만 기사가 잠시 기다리면 된다고 안심하시라고 말하던 터라 나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창문 너머의 모습을 모심코 쳐다보았다.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한푼이라도 싼 것을 사기위한 아줌마들, 더 깎아달란 아줌마들의 요청에 정신이없는 아저씨들의 흥정소리가 멀미때문에 조금 열어둔 창문사이로 들렸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휴가를 나온 것으로 예상되는 군인아저씨 두명이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눈치와 표정인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곧 어깨에 별이 두개나 달린 군복을 입고 있는 사내가 뜨거운 햇볕에 벌써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만큼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3개를 들며 그곳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난 그 사람이 군대에 온지 얼마 안되는 상병인줄 알아서 심부름을 하는 줄 알았지만, 그의 어깨에 밖힌 2개의 별마크로 인해 자꾸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아까 기다리던 두 군인아저씨의 어깨에는 단 하나의 별마크도 없었는데‥‥‥.
이런 생각에 곰곰히 생각하는 동안 내가 탄 버스는 다 고쳐졌는지 기사아저씨의 검게 그을린 손에 의해 다음 목적지로 향해가고 있었고 나는 선한 마음씨를 가진 그 3명의 군인아저씨에게 따스한 작별인사를 말없이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버스안에서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별2개짜리 이등병아저씨는
군대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두 상병아저씨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기위해 그 찌는 듯한 무더위속에서도 이리저리 돌아다녔나보다. 돌아올때는 아이스크림이 녹을 세라 급히 뛰어오셔 자신의 군복에 녹은 아이스크림이 묻은것도
모른 채 말이다.
참 어떻게 보면 참 어리섞고 우습기도 하다. 차라리 상병 아저씨에게 시켰으면 더 편했을텐데 자기 힘들게 뭐하러 다녀오냐말이다. 하지만 그 이등병아저씨의 따뜻한마음을 생각하면 입을 다 물수 없을정도로 큰 감격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얼마나 바다같은 분인가!\"
2년이 지난 지금 내 방 창문 저멀리로 보이는
수많은 차들을 볼때면, 특히 요즘처럼 따가운 더위가 내리쬘때면 나는 가끔씩
그 이등병아저씨의 거룩한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