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집스럽게 생명을 버린,
벤자민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군요.
거진 20년전, 남편의 친구집에서 거실 한편을 가득채운
벤자민을 처음 보았습니다.
잎새 하나하나가 조금 틀어진 듯 보이는 것이
꽤 고집스럽다는 느낌을 가졌었지요.
냄큼 돌아와 저도 한그루 사서 베란다 밖에 놓고
함께 생활을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가 벤자민은 공기를 맑게 해준다구요.
그제서야 거실로 옮겨 매일 공기가 맑아지길 바라며 지냈지요.
그리고 여수로 이사를 했습니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바다가 펼쳐보이고 정원이 잘 가꾸어진, 그림같은 집.
가지고 간 나무들은 제 구실을 할 수가 없었지요.
거실 어디에 놓아도
거실 앞 테라스에 드리어진 높고 곧게 뻗은 전나무.
풍성하게 꽃피우는 잘생긴 동백나무,
봄의 소식을 정확히 전하는 목련과 매화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어찌 당해낼 수 있겠어요.
이사 가기전과 똑같이 가꾸었는데도,
나무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벤자민은 잎이 하나도 남지 않고
며칠사이에 땅으로 곤두박질치더군요.
정성을 다해 영양제도 주고,
니가 주는 맑은 공기가 그립다고 아부도 해보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야 정성에 감격해서인가요
조금씩 벤자민은 애기 손톱같은 새순을 내보이더군요.
아~~이젠 되었다.
그리고 햇빛좀 먹으라고 테라스에 내놓은 것이
그의 죽음을 부른 것이 되었습니다,
심하게 부는 바다바람과 타협이 안되는지.
새순은 자라기도 전에 말라가기 시작했고,
다시 거실로 드려와 얼르고 달래도
다시는 아무것도 내보이질 않더군요.
죽은 것이지요.
다른 나무들은 조금씩 그들, 밖의 환경과 친해지고 있었습니다.
무사하게, 일년뒤 서울로 귀환할 때 함께였으니깐요.
유독 벤자민만이 고집스럽게 환경의 변화에 악수를 내밀지 않았던거죠.
생명은 타협에 귀재가 되어야 살아남는가봅니다.
더욱이 요즘같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지구안에서는요.
걱정스럽습니다.
요즘, 저도 변화에 질리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