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머리를 내려다보는 산이 자꾸 손짓하기에
그 산 밀실로 염치불구하고 침입했습니다.
아니...엄청난 산행을 계획하고 오는 친구를 따라 나서고파.
예행연습을 산에게 부탁했더랬지요.
산이라..산을 오른지 햇수로 손가락 열 개를
다 꼽아도 모자를 정도로 가 본적이 저쪽 어디쯤이네요.
암튼, 급한김에 앞산에게 부탁하고
오늘 그 산속 깊숙히 겁없이 뛰어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오직 빨리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울퉁불퉁 돌 길을 따라 덤펑덤펑 발을 헛딪고.
고꾸라질까바 몸을 추수리는 것이 더 덤벙대게되고.
사실 운동화가 없어서. 여기는 촌이라 입에 맞는 운동화를 찾지 못하여.
사실은...해보고 잘될 것 같으면 살려구 ㅎㅎ
암튼 샌달 신고 산행을 강행했지요.
헥헥거리며 더 이상은 못가겠다고 엄살을 부릴라치면.
어허~~평지가 나오네.
그럼 요것쯤이야 하고 조금 방심하면
어김없이 갓파르고 미끄러운 푸석한 흑길.
땀은 머리에서 귀밑을 거쳐 목까지 흐르고.
살랑 거리던 바람까지 용용죽겠지. 숨어버렸습니다.
가던 더위가 여기 산밑에 머물고 있을 줄이야. 댄통걸린것이죠.
내가 이 나이에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살겠다고 뒤 늦게 먼 짓이냐.
혼자 궁시렁궁시렁..
그러며 위를 올려다 보니 까만 새가,
아주 큰 까만 새가 비상을 하더라구요.
산밑으로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날개짓을 하면서.
오메~~굉장히 크다. 독수린가벼?!
그 새따라 목을 길게 빼고 하늘을 보고 아래 땅을 보니..
~정말 높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싶더군요.
하늘밑에 있는 자연이..
그렇게 커다랗게 보이던 산들마저 내 발밑 시녀들이라.
이런 감흥이 저 정상에 오르면 더하겠지. 절대로 포기해선 안돼.
안되겠다 싶어 징크스를 하나 걸었죠.
내가 정상까지 못가면 된장장사 거덜난다.
이러니... 시작도 못해본 된장장사..해야지요.
그래서 용을 쓰고 어릴 때 젖먹던 힘까지 다 소모해가며.
오르고 또올랐죠.
그 몸동작에 산은 허리를 잡고 웃더군요.
왕초보의 똥쭐타는 모습이 가관이였을꺼니깐요.
살랑이는 바람도 덩달아 제 귀밑에 대고 흉을 봅니다.
-그러게 진작 운동좀 하지-
어쨋거나 전 정상에 우뚝 서서
원통시내를 눅눅하게 내려다 보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자신이 자신에게 대견함을 표현하는 방법.
두 팔을 목 뒤로 올려 깍지끼고 크게 심호흡하는 것이지요.
정상에 서서 당당하게 친구에게 전화했습니다..
'우리 된장장사 언제 시작할꺼니?! 빨랑 날잡자.
꼭하게 되어있다 이젠....'
친구도 축하해주었습니다.
매일 그렇게 하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고...
아 참!!!아까 그 새는 독수리였답니다.
내려와 여기 터줏대감에게 여쭈었더니...독수리라고.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