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고, 남자라고는 관심없을 것 같던 내 친구는
대학교 입학하고 이듬해부터 남자친구를, 그것도 연하인 친구를! 만나기 시작해
6년이나 알콩달콩 잘 만나고 있었다.
내 동창 중 가장 먼저 면사포를 쓸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주에 헤어졌노라고 말했다.
눈을 껌벅껌벅하며, 인상 한 번 쓰지도 않고 어쩌면 조금 명랑하게 들릴지 모를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아보이기 보다는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6년이나 연애를 하고 헤어지는게 6개월 만나고 헤어진 거랑 어떻게 다른지 가늠할 수 없어서,
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턱대고 바다에 데려가마, 하고 말았다.
추운데, 그래서 나는 바다에 가게 생겼다.
앞으로 또 그런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친구가 물었다.
그럼, 또 만날수 있어! 세상의 반은 남자야!
하는 무조건적 긍정의 메세지는 차마 전할 수 없었다.
그 중에 내짝이 될 사람은 몇 안되고 최상품은 진작에 남의 짝이 되었거나
있더라도 팔도에 흩어져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글쎄..뭐, 못만날 수도 있겠지.
나는 말했다.
'힘내'가 가장 큰 위로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배우고 부터
나는 그것의 아류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만나면 좋겠지만, 못 만나면 할 수 없는거지 뭐. 그것 말고도 낙이 있겠지.
라는 말은 그래도 참고 참았다.
따끈따끈한 솔로가 받아들이기에는 수위가 좀 높은 것 같았기 때문에.
뭐 죽기야 하겠냐. 밥만 잘 먹더라지 않냐.
바다가서 회 한접시랑, 그래 까짓거 내가 2년간 고이고이 끊어온 술한잔 같이 걸쳐주마, 특별히.
그래서 12월 즈음에 바다에 간다.
위로가 목적이었는데, 그때를 미리 생각하면 은근히 조금 들뜬다.
동해바다를 갈까 서해바다를 갈까. 룰루 랄라.
뭐- 어쨌든 참 많이 유감이다.
둘이 참 잘 어울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