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에 늦은 중간고사를 하나 치르느라 급 벼락치기를 하면서부터
생체리듬이 망가져버렸다.
야심찬 벼락치기는 나의 쪽집게 실력덕분에 쪽박을 찼다.
절대 나오지 않을거라 장담한 문제만 골라 나와버렸다..
다음 시험에 모두 나와 함께 공부하겠다고 난리다.
내가 찍은 문제만 피해서 공부하면 장원급제다.
난 이제 밤샘공부 못할 줄 알았는데, 밤을 꼴딱 새고 다음날 돈을 벌겠다며 일터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봉사터로 쏘다녔다.
무튼 그때 망가진 리듬으로 오늘은 아침 7시에 잠들어 낮 1시에 일어났고 밤이 깊어갈수록
어쩐지 정신이 또렷해 지는 것이 운동장에라도 나가볼까 싶다.
과제는 많고, 기분은 나쁘지 않다.
책상앞에 앉아서 이렇게 뚝딱뚝딱 하고 있으면
내가 아주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책상앞에 앉아있으면, 입이 자꾸 궁금하다.
이렇게 노상 쩝쩝거리기를 일주일 하고나니 찐 살이 더쪘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버린몸 더 버린들 어떠하리.
그래, 공부만 마치고 나도 까짓거 자기관리 시작하는거지 뭐.
근데, 공부마치고 '더 공부'라는 일정이 하필대기 중.
더 공부는 어쩌면 입맛을 떨어뜨려 줄지도 모른다.
몇 일 계속 과제만 하고 있었더니 수다생각도 나고 머리도 식히고 싶고-
조금있으면 수능인데, 예전에 고3때 생각이 난다.
생각해 보면 그때 참 재미있었다.
수다 생각 날 때 함께 운동장에 나가 줄 친구도 있었고,
수다 타이밍도 잘 맞았다. 생각해 보면 타이밍이기 보다는 항시대기였던 것 같다.
그네 수다, 계단 수다, 운동장 걷기 수다, 귀가길 수다.. 참 장르도 다양했지.
그때 나의 파트너들은 지금 뭐하고 있나?
옆에 다른 수다파트너들이 생겼겠지. 사장님 욕하고 상사 욕하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다시 학교로 갔다. 이번에는 교복대신 사복을 입고 노트 대신 출석부를 들고.
누군가는 학원으로 갔다. 문제집과 함께 매년 수능을 치르고 있다.
생각해보니 유난히 공.사 교육계로 많이들 갔다. 확실이 그쪽이 수요가 많긴 한가보다.
나이든 학생의 길은 외롭다.
우리는 이제 대학의 풍요로운 문화제에 참여자격이 없다.
제각각 공부하기 바쁜 동료들과는 잘 만나지지 않는다.
게다가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모두가 조금씩 진상이 되어가는 것도 같다.
그래서 나도 요즘 각별히 경계중이다.
오늘은 아침이 오기 전에 잠을 꼭 자야겠다. 잡담 끝 과제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