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언 호박죽을 데워 먹으려고 전자렌지 앞에서 10분을 서성였다.
먼저 녹인 후에 데워야 하는데, 얼음 덩어리를 넣고 데우기를 하니까
겉은 먼저 녹아 펄펄 끓고 있는데도 가운데는 아직 얼음덩어리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데우기를 누르고 누르다가 결국 가운데 얼음 덩어리는 빼내고 먹었다.
주변은 끓다못해 말라가는데, 작은 얼음덩어리는 끝내 녹지 않았다.
냉동된 것을 데우기 위해서는 '해동'이 필요하다.
냉동된 것을 데워 먹기 위해서는 전날밤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기다림은 유별나게 차가운 얼음 덩어리를 조화롭게 한다.
먼저 녹을 때까지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했다.
끝내 조화되지 못한 그릇의 중심에 있는 얼음이 빠른 끓어오름에 연연하는 나를 따끔하게 한다.
빨리 잊고 싶었고, 빨리 성공하고 싶었고, 빨리 빨리 뭐든 빨리 빨리 하고 싶었다.
내가 끓고 있다고 믿었고 모두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런데도 어제 하루 그렇게 허전했던 것은 손과 발이 바쁘게 일을 만들고 다니는 동안에도 심장은 아직
얼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했다.
데우기 버튼을 잠시 멈추어서 잠깐동안 주변이 끓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마, 뜨거운 주변의 열에 가운데 얼음은 내버려 두어도 미지근하게 데워질 것 이다.
조금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