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너도 정신과 의사니까. 이 책이 마음에 들 것 같은데'라는 권고에 의해 읽게 되었다. 읽기 전에 '이런 종류의 책들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기우(杞憂)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상준의 첫 번째 저서인 '프로이트와 영화를 본다면'이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영화를 이해했다면 이 책은 융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았다.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은 플라톤이 처음 소개한 원형(archetype)의 개념을 체계화하였다.
원형(原型)이란 인간이면 누구의 정신에나 존재하는 인간 정신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핵이며 시간과 공간의 차이, 지리적 조건의 차이, 인종의 차이를 넘어선 보편적인 인간성의 조건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태고적부터 현대에 이르는 긴 시간에 수없이 반복되었으며, 또한 반복되어 갈 인류의 근원적인 행동 유형을 가능하게 하며 어떠한 나라의, 어떠한 문화권의, 어떠한 시대의 사람도 한결같이 생각하였고, 느꼈고, 행동했던 것의 유형들이다. 원형은 보편적이고 반복적인 체험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항상 재생할 수 있는 인간 속에 있는 그러한 가능성이며 그런 가능성을 지닌 틀이다. 그 원형의 존재를 신화와 민담의 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선과 악의 대립, 탐욕과 질투, 비극적인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해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 온 체험의 침전이 바로 원형이다.
저자는 신화를 통해 다른 문화권이나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보고도 화를 내고, 감동하고, 흥분하고, 슬퍼하는 이유가 우리 마음 속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원형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23개의 영화에 대한 신화적인 해석을 '사랑이란 이름의 서로 다른 얼굴들','무엇이 나를 억압하는가','내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나','일상에서의 탈출과 또다른 가능성','탄생과 죽음의 영원한 순환' 등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신화로 영화 읽기 영화로 인간 읽기'는 우리 마음 속에 있으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적 원인(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지, 내가 왜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끼는 것인지 등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자신이 본 영화에 어떤 의미들이 숨겨져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추신: 이부영 선생님이 쓰신 '분석심리학'를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