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1902)는 창작심리를 '소망충족(wish-fulfillment)'이라 해석했다. 작가의 무의식적 소망을 창작이란 예술활동을 통해 충족한다는 의미이다.
안도현은 작가의 말에서처럼 무의식적은 아니지만 열일곱, 열여덟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화끈하게 가출 한번해보는 것, 어른들의 눈을 피해 오토바이 꽁무니에 여자아이를 태우고 멋지게 달려보는 것, 혼자서 마음놓고 크게 울어보는 것과 같은 소망을 '짜장면'이라는 창작물을 통해 충족하려 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에서 비록 시골학교지만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줄곧 일등을 하다가 가출하여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집의 배달부가 된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이러면 항상 궁금증이 유발된다. '왜 그랬을까?'
주인공은 다른 사람에게는 잘하지만 집안에서 아내를 구타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아무런 반항없이 참고만 계시는 어머니, 변화없이 단조로운 일상생활 등이 어우러져 있는 예전의 '나'에서 새로운 '나'로 탈바꿈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또한, '만리장성' 주변가게들의 세상 살아가는 모습, 잔잔한 노부부의 사랑, 풋풋한 주인공의 사랑도 느낄 수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인 '연어'에서 배경의 의미('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처럼 이 소설의 첫장에 있는 <나는 깜짝 놀랐다. 손 끝에 미세하게 양파냄새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양파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존재였다. 짜장면 속에 들어가서는 자기가 양파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짜장면 냄새가 되는 게 양파였다. 내 손 끝에 남은 양파 냄새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양파의 의미를 이 책에서 표현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