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우리는 이 단어를 매우 금기시(taboo)하고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더더욱 두려워한다.
바나나의 초창기 작품인 '키친'에서의 죽음, 근친상간이나 동성애와 마찬가지로 이 '허니문'에서도 터부시 되어온 죽음이나 식인풍습(cannibalism)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녀의 '키친', '허니문'을 읽은 후, 독자가 좋은 영화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한 편의 괜찮은 일본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처음에는 '러브 레터'를 볼 때의 느낌과 비슷하여 러브레터의 작가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정상적인 애도반응(normal grief reaction)이 나타난다. 이 때 보이는 불면증이나 식욕감소, 우울감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며 특별한 약물치료가 필요 없지만 몇 명의 사람들은 극복하지 못하고 주요우울장애로 진행된다. 이 애도반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주변의 따뜻한 지지와 이해가 필요하다.
주변의 지지와 이해를 바탕으로 애도반응에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인 '허니문'이라 생각한다.
같은 상황을 경험해 본 사람이 더 잘 이해한다고 같은 장애를 겪어 본 사람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임들이 있다. 이를 자조 모임이라 하는데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자조모임,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의 자조 모임, 실직한 여성들의 자조 모임 등 수 많은 모임들이 있다.
'허니문'에서도 애완견에 의한 애도반응을 경험한 주인공인 '나'가 할아버지와 애완견의 죽음으로부터 힘들어 하는 남편 히로시를 더 잘 이해하고 극복하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히로시도 자신의 이겨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들을 바나나만의 문체로 가꾸어간다.
상쾌하고 따사로운 오후, 바나나의 문학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