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 을
흔들리는 차속에서 두시간정도만에.
대강. 읽었다.
양귀자는 대단한 작가다.
그 시대의 대중이 원하는 바를 거의 정확하게 짚는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에 대해서 평론계 내지는 여성계에서는
가짜 페미니즘이니 뭐니 말이 많지만
그 책이 세상에 페미니즘의 저변을 넓힌 것에까지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희망, - 잘가라 밤이여, 그 글에 대해서
양귀자의 변절이니 뭐니 말이 많았지만
그만큼 아프게 그때를 이야기하는 글이 흔치 않으리라.
- 내 기억속에서. 가장 아프게 기억나는 글들중에는
평론계와 지성계의 악평을 와장창 받는
공지영의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와
양귀자의 희망 이 거의 선두를 달린다.
다시.
나는 소망한다. 는 페미니즘에 대한 큰 목소리를 낸 글중에서
거의 최초에 해당할만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천년의 사랑. 은
먹물틈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도, 의 세계를
최초로 주목받게 만든 이야기이다.
내가 알기에는 그렇다.
그리고. 모순. 은.
IMF의 틈새를 제대로 파고 든 이야기이다.
테마게임, 혹은 남셋 여셋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낀 것인데,
그 이야기들의 주 시청자들이
이십대 초중반이라고 할 때에
그 이야기들은 충분히 복고적이다.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 혹은 기타등등의 교양서적들의 교훈들이
아... 대강 옳은 이야기들이었구나
라고 느끼는 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고
모순. 은 또한 그 세대들을 위한 이야기들이다.
사실 모순. 을 읽으면서 나는
칠십년대 혹은 그 이전에 히트쳤던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돈이냐 사랑이냐 라는 그 치열하고도 길고 긴 갈등을
<br/><감정이냐 계획이냐로 교묘하게 치환해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작가는.
<br/>일인칭 주인공 - 즉 스물다섯살의 안진진양은.
90년대적인 감수성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소주를 잘 먹는다는 것 빼고는.
그러면서도 <돈이냐 사랑이냐 가 아닌
<br/><감정이냐 계획이냐라는 갈등은 충분히 90년대적이다.
<br/>
게다가 모순. 은,
많은 잠언성의 문구들, 그러니까 사춘기때 노트에 적어놨을만한
사랑에 관한 정의. 인생에 관한 정의. 기타 등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이 문구들은. 내 느낌에는.
적어도 양귀자씨의 또래가 될만한 세대 - 아마 사십대중후반정도겠지?
그 또래까지는 충분히 통할만한 문구들이다.
기실. 나로서는. 모순. 에 대한 감동은 없다.
작가의 기존 장편들과 비교했을때 말이다.
그렇지만 여성작가의 일인칭 소설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하는 내 취향을 생각한다면
이 글에 감동받는 여성 독자들은 충분히 많을 것이라는 짐작까지는 할수 있다.
아... 자꾸 빗나가려고 하는데.
양귀자씨의 글을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내가 추천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이 읽히기 때문이며,
또한 양귀자씨는 굳이 소설에 관심있는 일부 지망생 내지는 문청들에게 큰 배려를
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는.
평단에서 뭐라고 하든지간에.
양귀자씨의 글들은 대중에게 큰 재미와 많은 감동을 주며
또한 막강하고 만만치않은 영향력을 준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