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이 놈이 범인.
아주 지적이고 짜임새 있는 소설로 작자인 에코는 도무지 비판 할
건덕지를 주지 안지만,그래도 무턱대고 찬양 할 정도의 소설은 아
니니다.
에코는 진리에 관한 두 사람의 대립을 추리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
기를 풀어나갔다.
음,이건 여담인데 추리 소설에서 긴장감을 유지 시키는 중요한 요소
가 뭐라 생각하는가?
누가 뭐라해도 호기심이 아닐까한다.도데체 범인이 누굴까 하는.
근데 난 불행하게도 책을 읽기 전에 범인을 알아버렸다.
(물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는데 친절하게도 먼저 빌려 본 사람이
'김말똥<--이 놈이 범인'이라고 써놨다든지 하는 유머러스한 경우는
<br/>아니다.)
예전에 tv에서 영화판 장미의 이름을 잠깐 소개해주는 프로를 봤는데
그 5분 남짓한 시간에 바로 주인공들이 범인을 잡는 장면이었다.
(참 재수도 없다.그걸 봐버리다니.)
이로써 이 책의 양대 축인 추리라는 흥미진진한 외형적 요소은 즐길
수 없게 됐다.
이제 나머지 한 축인 이 책의 주제를 물고 늘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 훨씬 전에도 움베르토 에코의 박학다식함과 논
리정연함은 책이나 신문지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난 여기서
종교와 진리에 관한 그의 깊이 있고 진지한 성찰과 철학을 기대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근데 여기선 화장품으로 치자면 정품이 아닌 '샘플'만큼의 그것만이
던저져있다.
이제 그 샘플을 들고 독자 스스로가 정품을 만들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 샘플에만 만족하다면야 이건 아주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설이
되겠지만 정품을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는 한없이,한없이,한없이
어렵고 진지한 소설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짚고 넘어 갈게 있는데,이 소설이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것이니 만큼 성경과 중세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움베르코 에코가 친절하게도 배경이 되는 시대의 역사적 사건
같은 건 친절이 설명해 주긴하는데 말하자면 이게'수능 -10일 작전!
전과목 핵심 총정리!'같은 거라서 사건의 근본 부터 파해치지는 안
는다. 물론 서양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 할 테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공자나 맹자 경우 뭐하는 놈들인지 우리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그들의 사상과 성품,시대 배경등을 짐작할 수
있고 진시황의 경우 분서갱유서부터 불로초와 그의 성깔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반해,요한22세 라든가 루드비히4세 같은 사람들은 중세사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세한 설명없이 그들이 어떤 놈들이고
그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짐작하기 어렵단 말이다.)
또 난 성경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거기 나오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마리아랑 예수가 모자지간이라는 것 정도는 아는데,그 외에
베드로가 뭐하는 놈이고 겟세마네 동산이 뭐하는 동산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책들을 읽다보면 워낙에 성경나온 사건이나 인물을 바탕으로 쓴
것과 구절을 인용한 것들이 많아서 셩경은 한번쯤 읽어 둬야겠다는
생각은 중학교 ?㎖부터 해왔는데,도무지 뭐가 뭔지 지금까지 감이 안
잡힌다.구약은 뭐고 신약은 뭔가,게다가 요한 묵시록에 마태오 복음서
까지...도데체 성경이 몇 권이나 되는지 그것 조차 모르겠다.
끝으로 변역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역자는 이윤기고 이 책은 최고의 변역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많은
이들이 잘 된 번역이라 칭한다.
실제로 문장이 겉돈다거나 이질감을 느낀다거나 하지않고 전체적으로
글의 분위기도 잘 살리고 매끄럽다.
하지만 난 그의 단어 선택에 책 읽는 내내 분노에 가까운 심정을 느꼈다.
난 남들보다 어휘력이 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난 책읽다 뜻이 모호
하거나 애매한 단어가 나오면 문맥으로 대충 짐작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바로 국어사전 펼쳐들고 그 단어를 찾는다.(게다가 분홍색 형광펜으로 꼼
꼼히 밑줄까지 긋는다.)이렇게 단어 뜻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단어를 알아
가는데 즐거움을 느낀다.
근데 이 책을 읽다 뜻이 불분명한 경우 국어사전을 찾아보지만 거기엔 그
단어가 안나와 있다!
그개 한 두개면 내가 말을 안한다.(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확실히 3개는
넘는다.)물론 내 국어사전이 후져서 그럴 수도 있다.(내껀 2만원짜린데,
10만원 넘어가는 대 국어사전에는 혹시 나와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윤기는 이걸 어떻게 번역 할까 고민고민하다 그냥
'에이 씨*.읽는 놈들이 알아서 잘 읽어 주겠지 뭐.'하고 단순히 한자를
조합해서 지 맘대로 새 단어를 하나 만들어 논거 같다.
아무리 번역이 어렵다 쳐도 그렇지 이건 직무유기에 책임전가다.
왜 역자의 고민을 독자들에게 전가 시키는가?
아,물론 내가 역자의 고민을 이해 못하겠다는건 아니다.어쩌면 이윤기는
번역하는 내내 파운드의 '호수의 섬'을 중얼 거렸을 지도 모른다.
오! 신이시여, 비너스여, 머큐리여, 도둑떼의 수호신이여!
제발 비노니
내게 주시옵소서.조그만 담배가게 하나를
선반 위에 산뜻하게 쌓여진
작고 예쁜 상자갑들도 주시옵고
물렁물렁하고 향기로운 당밀의 씹는 담배와
독한 살담배도 주시옵고
화려한 우리 케이스 아래 흩어진
화려한 버지니아 담배도 주시옵고
너무 매끄럽지 않은 저울 한 개도 주시옵고
그리고 수작을 걸거나 머리 좀 빗으려고
지나가다 들러 한두 마디 씨부릴
매춘부들도 주시옵소서.
오! 신이시여, 비너스여, 머큐리여, 도둑떼의 수호신이여!
조그만 담배가게 하나를 빌려라도 주시옵던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라도 주시옵소서,
쉴새없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이 빌어먹을 "번역하는 일"만 아니라면.
p.s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이 시의 마지막 행 원문은
'이 빌어먹을 글쓰는 일만 아니라면'이다.
p.s2 난 참 나쁜짓을 많이 했는데,오늘 한가지만 더하고 내일 부터는
착하게 살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호르헤 수도사] <----이 놈이 범인이다.
<br/>
하이텔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