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포레스트 검프는 우리에게 책보다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베트남
전 소설을 몇편 쓴 윈스턴 그룸이라는 작가가 86년에 쓴 소설이다.(김영사. 94)
물론 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아주 재밌게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여기서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건 원작소설이 영화보다 최소한 네배는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소설에는 없는 포레스트 검프의 전미횡단 달리기가 삽입되어 있긴 하지
만 소설에 비하면 그건 검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중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자서전마냥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 소설은 시종일관 검프 특유
의 백치스런 문장과 골때리는 사건들이 이어져 "아아~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있담!" 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포레스트 검프 하면 영화의 영향이 커서 톰 행크스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오리지
널 검프는 198cm에 110kg의 거구이다. 그는 아이큐 70의 백치이지만 사실 슈퍼맨
이라 뭐든지 했다하면 톱의 위치에 올라선다. 그래서 기상천외한 모험담(?)이 이
어지는데.. 탁구선수로 중국에 가서 물에 빠진 모택동을 구하고, 우주비행사가 되
어 지구 위를 뱅뱅 돌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고, 라켈 웰치와 영화를 찍고, 저
능아라는 링네임으로 기저귀를 찬 레슬링 선수가 되고, "나 오줌 마려"를 외치며
미 상원의원에 출마한다. 이 모든 일정이 너무 재밌고 웃겨서(읽다보면 킥킥대고
웃는게 아니라 아하하하하 하고 열라 웃게 된다 ~_~) 페이지가 팍팍 넘어간다.
그가 백치지만 그런 놀라운 활동을 보인 것은 그가 여러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옳은 일을 해라'라는 순진한 믿음과 실천력
때문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거기에 이 소설의 감동이 있지 않을까..
검프는 새우 산업으로 엄청난 갑부가 되지만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원맨밴드가 되
어 즐겁게 살아간다. 60살이 된 포레스트 검프. 상상이 가?
월남전? 완전 똥더미지 뭐..
마지막 문장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래, 그게 어떻다는거야? 난 백치야. 그치만 대부분, 어쨌든 간에 난 옳은
일을 하려고 했어. 그리고 꿈은 그냥 꿈야. 안그래? 따라서 딴 건 어떤지 몰
라도, 난 이거 하난 생각해. 난 언제든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말할 수
있다는거. 적어도 난 지겨운 인생은 살지 않았다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