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서울에서 살았을 적에 산이 가까운 곳에서 살았던 기억이 나요
돌뿐인 산아라서 모두들 돌산이라고 불렀죠.
여덟 살적에..?
우리집은 세들어 살았었는데..사랑하는 아빤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셨고
갑자가 혼자되신 엄마가 힘겹게 우리 형제 셋을 키워야 하셨죠
그런데 그 주인집에는 매일매일 예쁜 옷 입구..귀여운 애완용 강아지를 키우구 잘난척 많이 하는 내 또래의 여자 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어느 날 아침이었나?
급히 밖으로 나가다가 그만 문 입구에서 그 아이가 먹고 있던 사과를
내가 잘못 건드려서 떨어뜨나봐요
"어머! 미안해" 하며 집어 주었는데..
그 아이가 아주 사나운 얼굴로 날 노려보더라구요
뭘 그정돌 가지구 화내나 싶어 미안해 하곤 멋적게 웃었는데..
평소에 내가 맘에 안들었었는지 순간
내 손을 휙- 치며 '거지 같은 계집애..세들어 사는 주제에'하는 거예요
순간 화가 욱 치밀어서 한 대 때려 주었지요
그 아인 이르겠다며 울면서 갔구..외동딸이 울고 오자 그 집은 왈칵 뒤집혔지요
순간 호랑이 같은 엄마한테 혼날까 무서워 부랴부랴 도망쳤는데..
다섯 살 먹은 남동생이 제 뒤를 따라왔어요
'난 이제 죽었다..' 아침도 안먹구 아니 못먹구 앞의 돌산으로 도망쳤어요
이러면 엄마가 날 못 잡겠지..
왜냐면 그렇잖아요
그 옛날 여자 혼자서 아이 셋이나 데리구 있는데..한창 쿵쾅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세들어 산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벌써 두 번째 옮긴 집이었는데..또 쫒겨나겠다..난 이제 죽었다..
동생과 난 겁도 없이 산 속 깊이 깊이 그저 멀리멀리 들어갔어요
잡히면 안되니까..
얼마나 갔을까..순간 아-길을 잃었구나 싶은 거예요
어떻하지..하고 겁먹구 두 꼬맹이가 헤매는데..
그 순간 저-쪽에서 낡은 모자를 둘러쓴 아저씨가 보였어요
평소 동네 사람들이 산의 가장 커다란 돌 위에 걸터 앉아 있는
이 아저씨를 미친 사람이냐느니 이상한 놈이라니..하는 소릴 들었었거든요
가까이선 참 부는데..나이는 젊은 거 같은데..수염이 얼굴을 덥고 있구
낡은 옷에 낡은 신발..
무슨 노랜가를 흥얼거리며 무언갈 열심히 엮고 있더근요
아카시아 줄기로 어떻게 꼬고 엮어서 조리도 만들고 거미집도 만들고
첨엔 좀 무섭다가 나중엔 우린 길을 잃었다는 것도 잊은채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지요. 한창 집중해서 만들던 아저씨..
'너희들 어떻게 이렇게 깊숙이까지 왔니?'하고 물으시더군요
순간 무섭기도 했지만..집을 찾을 수 있겠다 싶어 여차여차 설명했더니
"그럼 아저씨가 길을 가르쳐 줄테니까 아카시아 줄기를 따올래?"하시는 거예요
동생과 나는 정말 열심히 따서 모았어요..아주 신나게 열심히..
그리구선 자랑스럽게 들고 갔더니..
"뭔 만들어 줄까?"하시는 거예요.
신났죠.."정말요? 정말 만들어서 우리 줄거죠?"
그래서 나는 토끼집, 동생은 조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아저씬 정말 신기하게도 그것을 엮고 엮어서 정말루 토끼집이랑 조리를 완성해서
우리 손에 쥐어 주시는 거예요..정말루 말이죠..
그리고는 아주 부드러운 눈으로 우리 남매를 쳐다보시며 얘기하셨어요
"그렇다고 집을 나오면 어떻하니? 엄마 맘이 얼마나 슬프시겠어..가서 잘못 했다고 말하고 친구에게도 사과해..그리구 무슨 일이 있어도 용기를 잃지 말구..지금은 어렵지만 늘 꿈을 가지고 살면 너희들은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어..아저씨가 이 산에서 너희들을 지켜볼께..그리구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아저씨를 생각해..알았지?." 아저씨의 말에 그 따뜻한 눈에 우리는 용기를 얻었어요.
그리곤 아저씨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쭉-걸어갔더니 정말 우리 동네가 보이는거예요
어느덧 해는 저물었고..동생이 들어간 뒤에도 나는 차마 들어가니 못하고
집 옆 귀퉁이에 웅크려 앉았어요. 그러다가..그러다가..잠이 들었던가봐요
얼핏 깨었을 땐 엄마가 내 머리 맡에서 우시며
"미안하다..미안하다..그래 우리 이사가자.."하시는 거예요
가물거리는 엄마의 모습과 함께 난 또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어 어제 일은 꿈이었구나 싶었죠
그래두 "엄마 나 어제 돌산 아저씨를 만났는데.." 하며 설명하려 하자
엄만 " 불쌍한 것..밖에서 하루 종일 헤매더니 헛소리까지 하네.." 하며
안쓰러운 듯 제 머리를쓰다듬으시는 거예요
잠결에도 제가 돌산 아저씨..돌산 아저씨 하더래요.
그래 엄마 말대로 꿈이었나봐..내가 어제 밤에 밖에서 졸면서 꿈을 꾸었었나봐..'
그런데..아침에 일어난 내 손에는 어제 아저씨가 만들어준 토끼집이 그대로
쥐어져 있었죠! 그리고 동생이 내 얼굴을 보곤 빙그레 웃으며
" 누나 우리 어제 돌산 아저씨가 이거 만들어줬지?" 하는 거예요
아! 꿈이 아니었구나.순간 어린 마음에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쁘던지...
다음 날 우리 가족은 가족은 또 리어카에 짐을 싣구 이사를 가야했어요
슬펐냐구요?서러웠냐구요? 아니요..엄마도 우리도 전혀 슬프지 않았어요
이상하죠? 이상하리만치 새로운 힘이 어떤 희망 같은 것이 느껴지는거예요
떠나면서 동생과 난 돌산을 바라보았지요
"누나! 돌산 아저씨다!!" 동생의 목소리에 둘러보니
정말 아저씨가 산 위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거예요!
"아저씨~~~~" 하며 우리도 손을 흔들었지요
순간 가슴 속에 무언가 벅찬 것이 가득해지는 거예요
환하게 웃으시는 아저씨의 얼굴이 생각나서..
꿈을 잃지 말라던 아저씨의 말이 생각나서..우린 아주 씩씩하게 발길을 옮겼지요
지금두 종종 생각해요..
꿈이었었나..
아니요..꿈은 아니지요..왜냐면 동생도 그떄 일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럼 그 분은 누구였을까..
예수님이 우리한테우 오셨던 건가...? 참 궁금해요
그리구
절대로 아무리 슬퍼도 힘들고 어려워도 꿈을 잃지 말라던..
어저씨의 말을 기억해요
내 마음에 작은 보석상자를 주셨던 돌산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