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인근 야산에 가서 밤을 줍고 왔습니다.
김밥과 샌드위치를 기본으로 한 도시락과
치킨, 과자, 음료수등 아이들이 먹을 간식거리도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기도 물론 챙겼습니다.
아직 새빨간 단풍을 보기에는 좀 이른듯 했으나
그래도 때가 때이니 만큼 산야가 모두 누렇게
변해있어 가을의 정취를 흠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산과 작은 개울을 끼고
사방에 누런 황금 들녘이 펼쳐진 그런 곳이었습니다.
밤을 줍자면 아무래도 체력이 소모될 것 같았기에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 줍기로 하고 오전에는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논둑길을 다니며
메뚜기를 잡기로 했습니다. 예상외로 메뚜기도 많았고
여치와 방아게비, 땅강아지도 더러 보였습니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황금빛 들녁이 복잡하고 갑갑한
도시 생활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한산하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주니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도 신기해 하고
신나라 하며 행복에 겨운듯 함성을 질러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한시 쯤 됐을까, 서서히 시장기가 돌 무렵
나무 그늘이 시원한 개울가에 자리를 잡고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훌륭한 자연 경관이 입맛을 돋구었나 봅니다.
진수성찬 저리가라, 그 맛이 참으로 일품이었습니다.
든든하게 배도 불렀겠다, 소화도 시킬 겸 본격적인
밤 채집(?)에 나섰습니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아이들이 줍기에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토실 토실 알이
꽉 찬 밤송이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습니다.
따가운 가시를 조심스레 벌리고 한알 한알
주워 담는 재미가 짜릿한 쾌감까지도 느껴질 만큼
정말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한 두어시간 줍고 일찍 나서기로 했는데
모두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 줍는 재미에 빠져있다
뉘엇 뉘엇 해가 넘어갈 쯤에서야 자리를 털었습니다.
우리 네 식구가 주은 밤을 모두 모아보니
큰 되로 한 두어 되는 족히 차고도 남을 듯 했습니다.
이런게 바로 수확의 기쁨이니,
주말마다 와서 밤을 주워다 장사를 해야 겠다느니,
농담 삼아 별별 수다를 다 떨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네사람 옷에 신발에 먹고 남은
설겆이에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였습니다.
제가 저녁으로 라면을 끓이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하고 목욕을 하고,
제가 저녁 먹은 설겆이를 하는 동안
남편은 방청소를 하고, 제가 씻고 빨래를 하는 동안
남편은 이부자리를 펴고 아이들을 재웠습니다.
사실 명절지나고 첫번 맞는 휴일이라
집에서 푹 쉴까 어쩔까 망설이다 큰 기대없이
갔었는데 다녀 오길 백번 잘 했구나 싶었습니다.
쪽빛 하늘과 황금빛 들판과 울긋 불긋 오색 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너무도 아름다운 계절 가을,
또한 결실의 계절로 그 어느때 보다 풍요로운 가을,
문.사 가족님들도 모두모두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으로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