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사선으로 내리 듣는 영등포 성모병원 응급실, 때로는 빛이 삶을 변화시킬 때도 있거니와 이 하루도 하늘인양 내려온 빛이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목숨을 향해 손길을 뻗는다.
마치 오뚜기처럼 목숨이 다하였다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응급실 곳곳 저승사자의 펄럭이는 옷자락 소리와 무겁고 음침한 발자국소리를 창 밖으로 밀쳐내고 나아가 마른 햇살에 바싹 태울 수 있으련만, 오히려 일어섰다가도 쓰러지는 것이 목숨들이라 그 영을 수습하여 거둘 저승사자의 위세가 빛 가운데서도 당당하다.
\"아! 이럴 수가........\"
심폐소생술에 전기충격에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산소를 공급하느라 온 몸이 땀에 쩔었지만 응급환자는 끝내 목구멍에 붙어 있던 목숨을 되살리지 못하고 사지를 늘어뜨리고 만다. 이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당직의와 간호사들의 입에서 절망이 매달린다.
문래동 공구상가 골목 네거리에서 덤프트럭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와 그 뒤에 탔던 사람 안경수는 응급실에 내리비치는 햇살이 미치지 않는 곳, 응급실에서도 안 쪽에 자리잡은 침대 위에 사지가 묶인 채 나란히 눕혀져 있다. 자신들의 옆에서 목숨 하나가 스러져 나무등걸인양 실려나가고 있지만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신음소리를 그치지 않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그나마 살긴 살았습니다.\"
신경안정제 주사를 엉덩이에 찌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안경수의 옆을 지나던 간호사가 말한다.
\"하지만 오토바이 안전모를 쓰지 않아서 이미 뇌출혈이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잖아요.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구요.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 테니 앞으로 그 보호자들 고생이 눈에 훤히 보이네요.\"
수간호사의 뒤를 따르는 간호원이 나즈막하게 한숨을 토한다. 그녀의 얼굴에 안경수의 구겨지고 더럽혀진 작업복이 덧씌워진 듯하다.
\"그 옆에 환자는 그나마 다행히 뇌출혈은 없죠? 아스팔트에 머리가 깨지고 터져서 피가 났다는데, 어쩜 한 오토바이에 탔는데 한 사람은 외상만 입고 한 사람은 앞으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니......\"
다른 환자를 향해 다가가는 간호원의 입가에 햇살이 물렸지만 여전히 얼굴은 구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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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님은 어째 이런 처절한 내용만 쓰신다지요? 그래도 잘 읽었습니다.
10.04
우울한 얘기지만 그 다음이 참 궁금...
10.08
우와 좋아 너무 좋아...나두 이렇게 글쓰고심어데 ................................^^* 다음편 궁금하고 4편 보고글나깃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