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저 노을 처럼 사랑했었던 우리.
이제는
저물어 버린
어둠이 내려온
밤이 되어 버린
우리 사이
책에서만 읽었던
꿈속의 나비처럼
신기루처럼
사그라져버린
짙은 안개가 깔려버린
도심처럼
망각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너의 이름이
내 가슴을 채우고
내 머리에 울려 퍼진다.
이제는 너의 얼굴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지만
너의 이름
너의 목소리
내 흐릿한 두눈에 비쳐 보인다.
차라리 망각의 시간에 모든걸 맡길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 시간마저 너의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오늘도 너의 이름을 지우려고
너의 집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며
흐릿한 두눈에 너의 이름을 비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