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구름이 몰려들면
하늘은 큰 소리로 울부 짓는다.
그 결과물들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면
땅은 어느새 적시워 지고
오솔길 걷던 소년 소녀의 옷도
빗방울로 물든다
갑작스런 어두움과 차가움에 놀란 그들은
피할 곳을 찾는다
걷던 걸음은 뛰기를 시작하고
한참을 헤매고서야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앉게 되었다
자연과 동화가 되었을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그들의 귀는 점점 길들여지고
그들의 심장은 한없이 그 소리를 따라가고
그들의 눈은 투명한 그것을 응시하고 있다
그들은 위험한 짐승이 된 것이다
비는 그들의 체온을 빼앗어 갔다
소년과 소녀는 무아가 깨짐과 동시에
약간의 추위를 느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본다
소녀의 눈빛과 소년의 눈빛은 하나가된다
풀벌레 소리가 난다
소년의 손이 소녀의 손을 잡는다
따듯하다
둘은 침묵을 지킨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주고 있다
자연에 무방비 상태였던 이들은 용감히
작은 불씨 하나를 피우고 있다
그 불씨는 더 커지기를 거부할 것이고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할 것이다
나는 꿈꾼다
아름다워 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