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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대학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하고 자정이 넘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한 달 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 한 달 동안 나는 매번 집 앞 골목을 지나가면서 군고구마 장수인 젊은 여자를 보게 되었다. 매일 같이 군고구마를 사지는 않았지만 군고구마 매니아인 나는 그 여자한테서 사흘에 한 번씩은 군고구마를 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 여자와는 안면이 익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여자가 한 번도 말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가끔 벙어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고구마 300원 어치 주세요.”
여자는 평상시처럼 여전히 말없이 봉투에 군고구마 3000원 어치를 담아서 주었다.
“저기... 실례되는 말이지만 혹시 말을 못 하나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자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무척 작아서 간신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여자는 말을 할 수는 있었지만 확실히 그것은 정상인의 성량이 아니었다. 장애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여자한테 말을 건넨 것이 미안했다.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여자는 당황하며 목소리를 높이려 했다. 그러자 기분 나쁜 째지는 소리가 났다. 여자는 방금 전의 성량 보다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게 분명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나는 군고구마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챙기며 말했다.
여자는 이번엔 고개만 끄덕였다. 다른 사람하고 말을 한다는 것은 여자한테 분명 어려운 것 같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창수 녀석은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또 군고구마 사 왔냐?”
창수는 내가 흰 봉투를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한소리 했다.
“먹을래?”
“이젠 질린다. 넌 질리지도 않냐?”
“질리긴? 난 세상에서 군고구마가 제일 맛있는데. 근데 그 아가씨 말을 잘못하는 거 같더라고?
“누구?”
“요 앞에서 군고구마 파는 그 젊은 여자. 남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로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고.”
“남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고?”
“응.”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응? 그냥 병이겠지.”
“그냥 단순히 병일까? 그럼 재미 없는데.”
“뭐가?”
“난 지금 군고구마 장수는 여름에 뭐 할까라는 소설을 쓰고 있어. 근데 단순히 병이면 너무 식상하잖아?”
“나는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겠어.”
“벌써?”
“벌써라니? 지금 새벽 1시야.”
나는 옷을 벗고 이불을 편 후 방바닥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