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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검푸른 바다빛이었다. 나와 여자는 대학 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했다. 우리는 확실히 별천지에 있었다.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던 여자가 망원경에서 눈을 떼더니 핸드폰에 문자를 찍어 보여 주었다.
[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별은 사람처럼 아름답죠. 하지만 사람들은 별을 잊은지 오래죠.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이 아름다운 줄을 오래전에 잊어 버렸죠.”
여자는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감동의 눈빛이라고 말해도 좋을런지 모르겠다. 한참을 그런 눈으로 나를 보던 여자가 핸드폰에 글을 찍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글을 쓰나요?]
“예? 아니요. 글은 친구 녀석이 쓰죠.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 녀석이 한 명 있어요.”
[방금 한 말 꼭 글 쓰는 사람이 한 말 같았어요. 정말 멋있는 말이었어요]
“그냥 되는 대로 내뱉은 말 가지고 그렇게 추켜세우면 무안해지는데...”
[추켜 세우는 거 아닌데... 정말 감동적인 말이었어요.]
“동생한테 들었어요. 약을 먹지 않는다고. 왜 그러는 거죠?”
나는 화제를 돌렸다.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동생 얘기로는 나을 수 있다고 하던데. 나을 수 있다면 예전의 목소리를 다시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그만 가죠]
나는 여자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자는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는 천문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나는 여자한테 더 이상 목소리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나와 각자의 갈 길로 헤어지려 할 때 여자가 핸드폰에 문자를 찍어 내게 보여주었다.
[나도 이젠 목소리를 되찾고 싶어요. 병원에 같이 가 줄 수 있나요? 혼자서는 무서워요.]
나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번졌다. 나는 몇 번이고 그러겠다고 여자와 약속을 했다.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오면서 나는 이런 게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은 별처럼 아름답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