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문자. 메일. 그리고 외사랑....
문자도 전화도 한통없는 이 시점에서 나는 비로소 완전히 혼자가 된 기분이다.
정말 슬프게도 이젠 터놓고 말할수 있는 “그”도 내곁엔 없다.
물어보려 문자하면 냉랭한 답변만 오는 문자 따위에 더 이상 가슴아파 하고 싶지도 않다.
눈물나고 수년간 내가 쌓아온 그에 대한 감정이 쉽사리 허물려 하지 않기에...
그 순간의 기분이 너무 싫다.
한번 아니라고 내게 퇴짜 놓은 사람 뭐가좋다고 아직도 미련하게 감정이 남아있는걸보면 나 또한 그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원했을련지도...
몇 년간 지속해오던 메일도 그사람쪽에서 먼저 끊어버렸다.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릴 핑계조차 바닥나버려서 문자를 하고 싶어도 메일 한자 써보내고 싶어도 그럴수없다. 이미 한번 날 떠나버렸기에 단지 그걸 내가 실감하지 못하기에 보내기 꺼려지고 말걸기 힘들어지는 것은 내 탓이다.
빨리 추스렸어야했다. 그에 대한 감정들....
그동안 혼자 외사랑하며 그에게 보낸 문자며 메일이며 그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하면 지금와 그에게 보낼수없다.
[A는 B를 사랑했고 B는 A를 그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검은뿔테안경을 쓰고 얇은 나시와 하얀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밥상위에 놓인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나.
미대를 졸업했지만 대학 다니면서 배웠던 전공들은 제쳐두고 글쓰는데만 몰입하고 있다.
지방대 나와 수중에 돈 한푼 안들고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올라온 서울.
6개월동안 안해본 아르바이트없이 한푼두푼 모아 마련한 조그마한 원룸.
반지하방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침엔 창가에 햇살이 세어 들어오고 부엌과 침실겸 거실은 붙어있지만 나만의 공간이라생각되는건 들어오자마자 집안 몇군데 손봐줬다.
하얀벽엔 예쁜 수국이 자리잡고 있다. 벽화부터 그렸기에....
티비는 중고매장에서 산 조그마한 것에 푹신한 쿠션이 여러개 목공예가게 돌아다니다 안쓰는 나무 판자 구해다 낮은 탁자 하나.수납장등등
그렇게 내 손안들어간곳 없이 완성된 원룸이다보니 나만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비가 내린다.
자판을 신나게 두들기다 창밖을 본다.
창에 묻어 흘러내리는 빗물은 꼭 내 눈물같다.
비오는 날이면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 사람 생각이 난다.
부엌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가 그려진 머그컵에 코코아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가지고 와선 쭈그리고 앉아 내리는 비를 감상한다.
뿔테도 벗어 탁자에 올려놓곤 잠시 생각에 잠긴다.
“보.고.싶.다”
괜히 한마디 내뱉는다.
‘그’사람.....
코코아를 한모금 들이킨다.
그리곤 또 말한다.
“보.고.싶.다”
말해놓고 혼자 웃는다. 마치 금방 티비에서 나온듯 개그맨을 보고웃듯이배꼽잡고 웃다가 이내 그치곤 또다시 창밖을 내다본다.
음악을 틀어본다.
CD수납장에서 마이클잭슨CD를 꺼내 노랠 틀어논다.
그가 좋아하던 곡이다. 그는 마이클잭슨을 좋아했다. 그는 완벽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게 말하던 그는 항상 완벽을 추구했다. 자기일에 한해선....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인턴 할려나?? ”
또 혼잣말 짓껄인다.
“문자라도 해볼까?”
핸드폰 플립을 열어 그사람 이름을 창에서 쳐본다.
세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000...........
문자메세지 창을 열어 숫자판을 두들긴다.
[잘 지내? 연락 통 없길래... 먼저 보내봤어. 뭐하고 지내?]
봐도 바빠서 보내지 않을걸? 분명 오는건 뻔한 답일거야... [00000 하고 있어.]
플립을 열어놓은채로 '확인'버튼은 누르지 않은채로 그대로 손에 꼭 쥐고 있다.
몇번이고 확인버튼에 손이가지만 이내 손을 거둔다.
그리곤 멍하니 핸드폰만 쥐고 있다. 계속 보낼지 안보낼지를 고민하며.....
닫는다.
컴퓨터로 눈을 돌린다.
자판을 두들긴다.
코코아를 마신다.
음악을 듣는다.
창 밖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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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 생각하다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