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밤이 깊어 있었다. 나는 대학 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베텔게우스라는 별을 보고 있었다.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알파별로 붉은 색을 띠고 있다. 베텔게우스를 보며 오리온자리의 전설을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창수 녀석이었다. 창수는 뛰어 왔는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돌아왔어.”
창수는 숨을 고르고 나더니 말했다.
“돌아오다니? 누가?”
“군고구마 장수.”
갑자기 모든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단지 그녀를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군고구마나 사러 가자고.”
“응?”
“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나는 창수와 함께 천문대를 나왔다.
여자는 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은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는 여자가 말을 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내가 군고구마 3000원 어치 달라고 했을 때 여자는 아무런 말없이 흰 봉투에 군고구마 3000원 어치를 넣어 건네주었다. 여자는 정말 1년전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안타까웠다. 여자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았다. 군고구마를 받은 나는 창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창수는 컴퓨터를 키더니 접어 놓았던 군고구마 장수는 여름에 뭐할까라는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다시 소설을 쓰기로 한 거야?”
“아니, 저 번에도 말했잖아? 마지막을 멋있게 끝내고 싶다고. 이 글이 마무리 되면 취직할 거야.”
창수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는 흐름에 동참하기로 인생을 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군고구마를 파는 젊은 여자가 가슴에 있었고 그 여자가 말을 했으면 하고 바랬고 그 여자와 별을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