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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혼자서 별을 본다는 것이 아쉬웠다. 여전히 나는 군고구마 장수한테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작년처럼 또 그렇게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겨울을 흘려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한 켠이 저려왔다. 나는 또 군고구마를 사서 먹고 싶어 별을 보는 것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 앞 골목으로 왔을 때 그녀 대신 그녀의 남동생이 그 자리에서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나는 그녀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군고구마 3000원 어치요.”
그녀의 남동생한테 말했다.
남동생은 아무 말 없이 흰 봉투에 군고구마 3000원 어치를 넣어 주었다. 군고구마를 받고 계산을 끝낸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물었다.
“누나한테 무슨 일 있니?”
“감기에 걸렸어요. 근데 아저씨 우리 누나 좋아하죠?”
나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누나도 아저씨가 좋대요.”
그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누나는 어떡하다가?”
“예?”
“내 말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아, 사고였어요. 그 때의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거에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하지 않는 거라고?”
“그 때 차에 같이 타고 있던 형이 죽었어요. 어머니는 그 후로 정신을 잃으셨죠. 10년이 지난 일인데도 어머니는 지금도 형을 찾아요. 누나는 자기만 살아난 것이 괴로워서 그러는 거에요. 그 때 형하고 같은 차에 타고 있었거든요.”
나는 그녀의 남동생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충격적인 이야기여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아저씨, 정말 우리 누나 좋아하나요?”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속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누나가 말할 수 있게 해 줄래요. 의사 선생님이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는데 누나는 통 약을 먹으려고 하질 않아요. 형하고 어머니한테 미안해서.”
나는 어이가 없었다. 세상에 그런 바보 같은 여자가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래서인지 그녀의 병을 더욱 고쳐 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아저씨라면 할 수 있을 거에요. 누나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집으로 돌아와 창수한테 나하고 그녀의 남동생하고 했던 얘기를 들려 주었다. 창수는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한 마디 했다.
“그 여잔 정말 바보군. 니 감정이 더 깊어졌을 거 같아.”
“무슨 말이야?”
“때가 묻지 않은 바보가 너의 이상형이니까.”
나는 깜짝 놀랐다. 창수 녀석이 나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지? 마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글을 쓰니까. 그만 자라고. 늦었어.”
나는 창수 녀석의 말대로 이불을 펴고 잠을 자려고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