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복사하는 사람
바람이 몹시 부는 하루였다.
오늘은 아침에 식사를 하고 잠이 들어 오후 4시에 일어났다. 홈페이지를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는 의무감...^^ 의무감보다는 그동안 너무나 게을렀다는 반성과함께 사용자 중심의 홈페이지와 내가 늘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바람이 몹시 불어댄다. 오후 라디오에선느 80년대 중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바람아 멈추어다오"라는 노래가 나왔는데, 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 바람이 멈추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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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복사를 많이 한다.
복사만 전담해서 하루종일 복사만 한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신이 복사되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아니, 이 사람은 늘 자신을 복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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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남의 것을 배끼는 것은 사회적으로 범죄행위라고 낙인찍히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타인의 것을 복사하는데 열중하고, 또한 자신은 타인에 의해 복사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몰래카메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재미를 볼모로 하여, 그 사람의 모든 일상을 복사하는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복사는 전혀 창조적인 행위가 되지 않을 뿐더러(물론,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는 복사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반론이 생긴다. 여기서 복사라는 개념은 아주 단순하고 좁은 의미로 쓰겠다.) 그것이 야기하는 재미나 또 다른 결과들은 복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이 카피되고 있다는 것. 그것도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의해서 자신이 복사되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 의해서 복사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건 존재나 실존에 관한 문제이기 보다는 사회나 공동체와의 "관계맺음"속에서 유발되는 것일게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을 복사하는 것"이다.
그래. 자신을 복사함으로써 그 자신이 자신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장자의 경계에 이르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있는지 없는지, 주체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의 철학적 논쟁을 잠시 접어두고, 자신을 복사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둘 수 없는 그저 인간의 행위이다.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존재론적으로 본성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세상은 복사된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신을 복사하여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수많은 복사된 인간들.
나 또한 내 복사물이 어디서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복사물으 숫자 또한 모른다.
어쨌든, 나는 나 자신을 복사하는 것에서 벗어날 마음은 없다.
단지, 복사된 나 자신들의 총체가 "나 자신"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 직관적
으로 믿으면서, 그 복사물에 어떤 "거짓과 위선"이 끼어들 틈을 조금이라도 없애가는 것이 내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