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고독이란 것이 여기에 있다.
...
들킬수 있는 사랑을 한다는 것은 행복인 거지.
...
얼만큼이나 서럽게 달구어져야 하는것일까.
...
이젠 지쳤다고 말하고 싶은데...
..."
누굴까...
오늘도 역시 우편함엔 작은 엽서 한장이 놓여져 있다.
며칠째다.
그저 흘려버리기엔 그 엽서의 무게가 너무 크다.
하루종일 엽서내용을 되씹고 되씹다가 뱉어버린다.
하지만 개운하게 모두 뱉어지지가 않는다.
찝찝한 일이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
"여보세요?"
"...나 좀 만나"
...
며칠전부터 계획한 촬영여행이 오늘이었지만
아무말없이 서라의 전화에 약속장소를 정했다.
난 그녈 위로해야 했다.
내겐 좀 서툰 일이지만 내 몫이 있을테지...
밤새 소나기가 내리붓더니 지금 창밖엔 이슬비가 흩날리고 있다.
축축히 빗물에 젖은 바람이 차갑게 얼굴에 부딪친다.
사랑스런 하루의 시작이다.
무거운 서라의 전화목소리에 혼란스럽게 민서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비에 젖은 아침내음이 마음을 온통 들뜨게 하
는건 어쩔 수 없다.
어제 벗어놓은 옷들을 다시 주섬주섬 입으며 또
난 의식없이 중얼거렸다.
'들킬 수 있는 사랑을 한다는 것은 행복인 거지...들킬 수 있는 사랑?'
주문처럼 외워진 엽서내용...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요즘 부쩍 혼자만의 망상에 자주 빠져버리게 하는 건 우습게도 그 엽서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