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답니다.
자꾸만 눈이 시리다는 왕자님의 말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대요...
'오, 불쌍하신 왕자님..어떡해요..가여워서 어찌합니까...왕자님, 알아요....전...알아요...왕자님 마음이 어떠하신지..모두..다 알아요...'
소녀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래도 소녀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조심스레 왕자님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왕자님,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
"이런...넌..거위를 치는 소녀가 아니더냐..."
"..잘 보세요, 왕자님.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저를 본 적이 있으신지요?"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와 같은 질문을 하는구나...넌 가엾은 거위지기 소녀가 아니더냐.."
소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왕자님...한번이라도 뒤를 돌아보신 적이 있으신 가요? 뒤를 돌아보면 왕자님이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을 볼 수 있게 될 것인데... 돌아보신 적이 없으시죠?"
"난 빛의 왕자, 내겐 뒤돌아보아야 할 것은 없다. 내 뒤엔 언제나 그림자만 있을 뿐이란다.
그림자는 빛의 다른 이면에 떠오르는 어둠이요..내 뒤를 쫓아야 할 운명을 지고 나온 나의 또 다른 형제이니라. 그러니, 난 내 그림자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림자는 그런 날 계속 뒤쫓아야 하는..그래, 운명인게야... 나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단다..그것이 내 운명이기에....."
"..그런가요?...정녕..그럴까요?....."
".......... ................."
왕자님은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눈물 자욱이 그윽한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요..
"가거라. 소녀여, 다음부터는 허락 없이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네가 누군지..어디서 왔는지.. 나는 모른다...몇 번을 물어도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다시는
내게 오지 말거라.....아...정말 피곤하구나...난..지쳤다..어서 가거라.....내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드나 들 수 있는 사람은..오로지 안개여인 뿐이다...그리운..그 사람...뿐..."
그날 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고, 소녀는 끊임없이 울며 하얗게 밤을 지새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