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으로 바다를 만나러 갔다.
바다는 왜 이제 왔냐며 칭얼거릴 것이고 난 달래줘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바다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넘실거리는 물결이 내 흐느낌을 안아준다.
바다는 날 안아 등을 토닥거리며 내 흐느낌을 받아주었다.
주황빛인 하늘은 노랗다 못해 붉게 물들었고 이윽고 보랏빛으로 장식을 한다.
내 주위는 어느새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검은 물결을 출렁이는 바다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 날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내 흐느낌은 스펀지처럼 말랑거리는 바다 속으로 증발해 버렸고 답답한 마음은 바다의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굴뚝에서 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밥 타는 냄새, 구수한 된장국 냄새, 기름칠한 냄새
등 갖가지의 음식들의 냄새들이 풍기우면 아이들은 저마다 집으로 향한다. 추위에 얼굴이며
손이 벌겋게 상기된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산 속으로 숨어버리는 해를 뒤로 하고 그렇게
집으로 가버리곤 했다.
아침에는 비가 내리더니 낮에는 산 너머로 일곱 색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었고 저녁에는 하늘에
서 축제가 벌어진다. 그 중에서 저녁 노을진 모습은 하얀 도화지에 그려 놓고 싶은 충동을 느
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녁 해를 한참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내 주위는 땅거미가 짙게 깔렸다.
얼마 되지 않은 듯했는데...해도 아이들처럼 배가 고팠는지 산 끝에 있는 집으로 가버린다.
저녁 해가 산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던 난, 주위가 컴컴해져서야 비로서 집으로 향했다.
배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꾸역꾸역 배 안에서 나왔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배 안으로 사라진다.
꼬마 아이들이 바다 속에 새우깡을 띄운다. 갈매기들은 그것들을 먹기위해
달려들었다.
바다는 이제 괜찮냐며 묻는다.
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햇다.
난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어설프게도 그 미소는 쓴 웃음으로 만들어지고 만다.
바다랑 더 있고 싶은데....
바다는 더 늦기 전에 가란다. 모처럼 놀러온 손자 손녀를 보내야하는 할머니의 아쉬운 배웅의
손짓처럼 바다는 내게 손짓을 한다.
다음에 바다를 만나러 갈때에는 바다의 칭얼거림을 들어줘야겠다.
어슴프레 구름 사이의 달빛이 빼꼼히 세상을 열어본다.
....
또 다시 바다가 그립네요...
그날..무지하게 추웠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바다가 따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