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아가씨에게로 가는 왕자님의 사랑은, 그대로 소녀의 심장을 할퀴는 상처가 되었어요.
하지만 자신이 상처받는 마음의 아픔보다는 왕자님의 외로운 사랑에 더욱 가슴 아파했어요.....
'얼마나 아프실까.. 얼마나 외로우실까..'
오직 왕자님의 걱정뿐이었죠..
소녀는 자신과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 왕자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대요.
왕자님을 위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하고.
결국, 소녀는 자신의 사랑에 마감을 찍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대요...
왕자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소녀는 마음으로부터 왕자님을 놓아주자고 다짐을 하였던 거죠...
'왕자님의 그녀에게 저의 마음을 그대로 녹아들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왕자님은 행복하실 텐데...그렇겠죠? 서로 함께 하는 사랑이 되어 왕자님은 더욱 빛나는 모습을 지닐 수 있을 거예요..'
'사랑하는 나의 왕자님..왜 제 마음은 보지 못 하시나요? 당신을 잊기가 이리도 힘들답니다.
그 아가씨에게로 가는 마음 한 조각이라도 떼어서 제게 보여주신다면, 이토록 외롭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접어야겠죠? 왕자님에게로 가는 제 마음을.. 접어야 하겠죠? 그래야 왕자님이 맘껏 그 아가씨를 사랑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소녀는.. 그후로 왕자님의 무도회에는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장막 뒤에 숨어서 왕자님이 즐겁게 춤추는 모습도... 화려한 아가씨들의 우아한 몸짓도 볼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왕자님의 주위를 맴도는 횟수도 점점 줄게 되었답니다.
소녀는 왕자님이 괴로워하는 모습, 넋이 나간 듯 그 여인을 찾아 서성이는 모습...심장을 쥐어뜯으며 사랑의 열병에 허덕이는 모습을....차마 볼 수가 없었대요.
그러자 왕자님도 점점 소녀를 찾지 않게 되었답니다.
소녀의 존재는 그렇게 왕자님의 마음속에서 차츰 지워져 가고 있었대요...
왕자님은 미지의 여인으로 인해 날로 야위어 가고 있었어요..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열병에 걸려 빛나는 미소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죠. 용감무쌍하고 건강했던 왕자님의 모습은 이젠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답니다.
그러다가도 밤이 되면 무도회에 나가 그 여인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일쑤였어요.
사람들은 점점 그러한 왕자님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구요..
궁성에서는 왕자가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나돌게 되었답니다.
하나 둘씩 사람들은 태양국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빛의 나라는 더 이상 밝은 빛을 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왕자님의 밝은 기운도 이젠 더 이상 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수척한 모습의 왕자님은 하염없이 무도회장을 돌아다니며 신비의 여인을 찾아 다녔어요..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든 말든... 뒤에서 쑥덕거리든 말든 ...상관없이 신비의 여인을 찾아 궁정 안을 헤매고 다녔죠....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는 왕자님의 모습을 애타게 바라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접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왕자님을 쫓아가는 눈길을 어쩌지 못해 슬픔의 눈물을 짓고 있는 소녀.. 바로 그녀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