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새129
날짜 : 2000년 06월 30일 (금) 1:00:53 오후
조회 : 1966
죽음같은 시간이 찿아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날이있었다.
그건 때로는 잃어버릴 것같은 시간을 보고싶은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대학병원의 영안실에는 낮은 슬픔과 수근거림이
빗물과 함께 섞여가고 있었다.
그녀의 자그마한 손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미 죽음은 그녀안에서 그녀의 생명을 자양분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본다.쓸쓸한 웃음으로 눈물을 감춘다.
메마른 그녀를 안고 기어이 죽음같은 눈물을 쏟아낸다.
은빛으로 뒤덮인 하늘에서도 한차례 빗줄기가 쏟아질것이다.
아주 긴 우울한 장마가 시작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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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잘지내니? 얼굴본지 3일밖에 안지났는데 또 보구 싶다.
오빠도 그러니? 대구있을때는 매일볼수 있어서 좋았는데
오빠도 서울까지 오는것도 힘들겠다.
이번엔 오빠 얼굴이 많이 상한것 같던데...
혼자 살아도 밥은 꼭꼭 챙겨먹어.
내가 안아프면 오빠에게 맛있는거 해주고 싶다.
오빠가 불러주던 그대와 영원히 라는 노래 듣고 싶고...
오빤 기타치며 노래불러 줄때가 젤 멋있어...
가수해두 되겠다.그치...
근데,요즘 힘이 하나두 없어지는것 같아
마치 링거병으로 내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빨려나가는것같아.
....
오빠!
ㄴ오빠!
난 이제 얼마나 살까...모두들 낫는다고 하는데
난 이미 알고 있었어.
저번에 오빠에게 소리치고 화낸거 정말 진심이 아니였어
오빠두 알지.미안해.오빠두 나만큼 힘든거 알면서...
나 정말 살구 싶다.오빠하구 결혼해서
정말 잘살것 같았는데...
또 눈물이 나온다...
오빠! 나말구 다른 사람만나두 다 용서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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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감당하지 못할듯한 휘청거림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떠나고 나는 남았다.
이런 소설같은 사랑이 내 삶속에도 만들어지고 있었다는게 실감이 나지않아.
주영아!
너의 삶속에는 나밖에 없다고 하던말이 왜이리 가슴을 막아서듯이 답답해지는 걸까....
눈물많던 너,눈물샘이 깊은것 처럼 한번 울기시작하면
넌 밤새 울곤했잖아.
난 그 거리의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다.
요란한 음악이 이 거리에 울리고,발랄한 발걸음들이 지나간다.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한 구름이 기어이 비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눈물이 빗물에 씻겨 나간다.
난 움직이지도 못하고 ...
이 빗물을 다 받아들이고 싶다.
너의 편지가 빗물에 얼룩지고 나의 머릿속에도 얼룩진 기억이
엉망이 되어간다.
어디 가서 소주라도 마시고 싶다.
가슴안으로 뜨거운 알콜을 들이붓고 쓰러져서 다시 널 만나고 싶다.그래야 좀 나아질것같아.
주영아! 너도 오빠 기분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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