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하루를 설명해 보게.
설명할 수 있겠나?
변명이라도 좋네, 아무 말이라도 해 보게.
할 말이 없나?
그렇다면, 자네는 하루를 살지 않았네.
죽어 있지도 않았네, 자네에게는 죽음도 사치이네.
설명이 불가하다면, 몸짓, 행동으로라도 내보이게.
역시 없나?
자네 꽤 심각하네....
반성하려 하나?
하지 말게. 자네에게는 반성마저도 사치네.
후회? 자네는 후회할 자격이 없네.
그러면 무엇을 해야하는가라고 묻는가?
도대체, 자네는 왜 항상 묻기만 하는가, 왜 항상 스스로에게 먼저 묻지 못하는가. 자네에게 묻고 자네에게 대답하면 될 일을 왜 항상 다른 것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세상은 말일세 스스로가 다가서지 않으면 한뼘도 다가오지 않는다네. 자기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네....
같은 질문이네만, 자네 오늘 하루 무사했나?
사고 없이, 아픔 없이, 고통 없이 죽은듯이 무사했나?
그렇다면, 불행한 일이군.
세상으로 향한 자네의 신경이 무뎌지다 못해 기능이 정지했다는 뜻으로 내게는 들리네. 자네 스스로를 점검하는 자동수정 기능이 수명을 다했다는 뜻으로 또한 들리네...
아픔이나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네가 느끼지 못한 것이니까 말일세.
자네 마저도 세상이 병든 그 '불감증'에 걸린 것 같네... 안 된 일일세.
이 못된 병은 사실상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네.
천지개벽, 마른 번개 정도가 특효라고 알려졌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세.
자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불치라네.
자네에게 괴로운 질문은 여기서 그만 두려네.
자네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는 듯하기도 하니, 더해 무엇하겠나.
그저 자네는 자네의 무사와 안일만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렇게 살게나.
그리해도 뭐라 말할 자는 없으니...
이만 하면 위안의 변은 되지 않을까 싶네.
다만, 제발 잘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