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사실 아무 힘도 남아있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듯 껍데기는 웃고 있지만 이런 투정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내 마음을 가득 채우던 정열이라는 이름의 빛은 이미 초췌해 희미해져가고 그 불빛마저 안개 속에 갇힌 유월이다. 이 즈음에서 난 내 삶의 저물녘까지 걸어야할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믿던 내 안의 보석마저 먼지와 자만에 묻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내가 할수 있는 일과 해야하는 일... 이 둘이 일치하지 않음을 느끼며 오늘도 깊은 한숨 속에 선택을 유예시킨다. 하아... 지독히 늘어지는 유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