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여행 끝에 소녀는 드디어 왕자가 살고 있는 태양국에 이르게 되었어요.
비록 몰골은 말이 아니게 초라했지만, 소녀의 표정만은 아주 밝았답니다.
소녀는 어둠의 성에 갇혀 있었다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환한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죠....
갖은 고생 끝에 왕자가 살고 있는 궁성까지 오게 된 소녀....
드디어, 빛의 왕자님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소녀를 알아보지 못했대요. 소녀를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거예요..
남루한 차림에 지친 모습의 소녀가 안돼 보였던지...
왕자님은 소녀를 자신의 궁성에서 살도록 하였어요.
그리하여 소녀는 왕국의 거위를 치는 일을 거들게 되었지요.
왕자님은 그런 소녀에게 친절히 대해주었고 상냥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주었지요. 왕자는 아주 마음이 착하고 선량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소녀는 사랑하는 그를 가까이 볼 수 있어 하나도 슬프지 않았대요.사랑하는 왕자님과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던 거죠.
소녀는 알고 있었대요. 왕자님의 미소와 친절이 결코 자신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대하는 친절이상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요.
소녀는 늘 왕자님이 거니는 곳에 숨어서 그를 지켜보곤 했대요.
한번이라도 왕자님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왕자님이 거니는 곳 어디라도 따라다니며, 몰래.. 몰래 왕자님을 바라보곤 했대요.
나무둥치 뒤에서... 가시덤불 뒤에서... 넝쿨 장미 뒤에서.... 빛이 미치지 않는 곳 어디라도....
그렇게....그렇게....왕자님의 모습을 지켜보았대요..
'언젠가 나를 알아주시겠지... 나의 사랑을 알아주실 날이 오겠지...'
희망을 안고 왕자님의 모습을 쫓아 힘겨운 사랑을 키워 갔어요.
자신의 사랑을 몰라주는 왕자님의 마음에 눈물지을 때가 많았지만...비록 가슴은 찢어지듯 아프고 저릴지라도.....
항상 맑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대요..
'그래도 좋아하는 왕자님을 곁에서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야..'
한편, 태양국의 궁성에서는 매일 무도회가 열렸답니다.
무도회에서는 왕자님의 관심을 끌려는 아리따운 아가씨들과 공주님들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곤 했대요.
거위지기 소녀는 부러움에 겨워, 역시나..몰래 숨어서 그들의 눈부신 모습을 엿보았지요.
그들에게 둘러 싸여 행복한 웃음을 짓는 왕자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대요.
말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소녀는 그들처럼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했지요....
그렇게 내색도 못한 채 그저 즐거운 웃음을 흩뿌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슬퍼하였죠....
매일 매일을....말이죠....
그래도 왕자님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눈물을 지을망정 무도회장의 장막 뒤에 숨어서 멋지게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대요..
그렇게 소녀는 왕자님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향한 힘겨운 사랑을 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