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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일기장입니다. 매일 매일 일기를 적어보세요
서울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날짜 : 2009년 12월 15일 (화) 10:30:27 오후     조회 : 2350      
날씨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북쪽지방에 익숙하지 못한 저에겐 상당히 고된 일입니다.
가끔, 아침 식사를 할 때 TV를 틀어보면 일기예보를 합니다.
이 곳의 낮 최고기온이 제 고향의 아침 최저기온보다 낮다는 사실을 볼 때면
그래도 내 고향이 따뜻한 거였구나, 하고 피식, 웃다가
왠지 고향마을이 그리워 서글퍼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어느정도는 어른이고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것도 그렇게 낮설은 일은 아닙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반가울 뿐이고
새롭게 알게된 동생들은 저에게 잘 웃어줄 뿐입니다.
가끔 집에서 보내준 밑반찬이
날짜가 지나서, 쉬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딱히 밑반찬을 사기 귀찮으니까, 쉬었더라도 여기 음식은 입에 안 맞으니까,
주방에 가져가서 쉰 반찬을 열심히 볶고 간을 맞추고는 할 때
아무 이유도 없이, 조금은 슬프기도 하지만
그 정도 외로움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곧잘 합리화를 시켜버리거나, 도망쳐버린다는 사실을
제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조금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제 스스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된다고 할 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해버린채로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가는 일은,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저도 이제 어른은 어른이니 어떻게든 해 나갈 수야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일까요.
아무 이유도 없이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이
공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이 그리워서도 아닙니다.
부모님과 친구가 그리워서도 아닙니다.
하고자하는 일이 잘  안 풀려서도 아닙니다.
그러면 왜...? 하고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옛 사랑...?
에이, 그건 옛날 일입니다.
이제 얼굴도 가물거리는 걸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아이랑 함께 했었던
짧았던 추억은 너무나도 아련하게 빛이 바래져버려서
잘 보이지도 않던데요, 뭘.
그리고, 그 때, 그 때 말이에요, 그 것 때문에
그렇게 많이 아파하고, 울고, 그랬었는데,
이제 와서 뭐가 그렇게 새삼스러워서 그러겠어요?

이제 그 아이를 떠올려도 가슴이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아서
그냥, 그냥 편할 수 있는데. 설마 그 것 때문이겠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내 가슴이, 아프지는 않은데
아프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 공허한 지를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공허한 지를...

그러다
내가, 어느새부터인가
눈물을 흘리지를 않았단 걸 기억해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토록 아팠던 시간들에서도
나는 미친 듯 운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그냥 가슴만 아프고 서글프고 그래서
며칠간 우울하고, 그냥 글로써 슬프다고 끼적거렸을 뿐.
왠지, 이상하더군요.
왜... 난 울지를 못하는 걸까? 하고.

그래서
슬프기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며칠 동안 쭉 봐왔어요.
전 덕후는 아니지만 =_=;; 주변에 덕후들이 많아서
그 애들에게 들었던 슬픈 명작들을, 찬찬히 감상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옛날에 봤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그냥 이런 이야기구나, 하고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왜 일까요...?
저는 정말로 낮설은 듯이
글썽이며 이별을 하는 장면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어요.

그 사람과의 기억들이 영상 속으로 들어갔었던 걸까요?
이제 저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이 모든 걸 나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단 걸, 깨달아버려서였을까요?

그래서, 나 그토록 서럽게 울어버리고 난 후에,
텅 비어있던 가슴에
아련한 것이 흘러들어와, 더 이상 공허하지 않게 되었나봐요.

정말... 다행이에요... 나... 이젠...
더 이상, 이 차가운 북쪽마을에서 불어오는
서글픈 바람이, 텅 비어버린 가슴에
모질도록 스미어들지 않게... 되어서... 말이에요...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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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석풍님.
저는 과거를 되찾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답니다.
어떻게 보면 석풍님과 비슷한 처지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내려와 못봤던 친구들을 사죄하며 만났고,
의절했던 동생들을 어제 만난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친숙하게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
님과 같은것인지 모르겠지만, 공허 하군요.

무엇때문일까요?
지금은 겜방입니다. 옆에 친구가 있습니다.
그얘는 나와 초등학교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절친이지요. 결혼도 했고 내년에는 애아빠가 된답니다.
바로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군요.
제가 불렀습니다. 이 야심에 와준 친구가 고맙습니다.
그러나 나는 외롭습니다. (녀석.게임에 빠져 있네요)

저도 이제 사랑이 필요한가 봅니다.
이제 커플들 사이에 끼어 그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내 처지를 보게 되는 것이 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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