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했어.
나보다 한살 많다는 네게 내가 용기를 내서 한 인사였어.
"안녕." 너와 만났어. 세계의 축이 바뀌었어.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다는 설렘이 채 가시지도 않아서, 아니, 실감조차 나지 않은 상태로 난 멀리 여행을 갔어. 미국 버지니아에 이모네 집에 3주간. 졸업식 전이었으니 난 아직도 고등학생인 셈이네. 굉장히 재미있는 일들만 잔득 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작은 시골 마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국의 친구들과 채팅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어. 그런 내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이모부께서 근처에 한국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어. 그리고, 6개월 전에 한국에서 왔다는 '장교댁 첫째따님'이 바로 너였어. 넌 정말 예뻤어. 넌 정말 예뻤어. 넌,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예뻤어.
"안녕."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년 일찍 들어간 나보다 넌 한살 나이가 많은 셈이었어. 그보다는 어리숙한 내 자신이 먼저 주눅이 들었나봐. 그래서 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안녕."이라고 말했어. 그리고 내가 내게 처음 들은 말 역시 "안녕."이었어. 얼마나 놀라운 인사야. 이렇게 예쁜 너 앞에서 내가 용기를 내게 해주었어. 내가 안녕이라고 하더라도 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모두들 하는 인사니까, 내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을, 널 똑바로 보지 못하고 흔들리는 나의 시선을 넌 눈치채지 못할꺼야. 난 그냥 '안녕'이라고 할 뿐이니까.
어색하게 존대말을 쓰는 날, 넌 '귀엽다'고 했어. 네가 내게 '귀엽다'고 했어. 그것이 인사치레였든, 무엇이든, 무엇이든, 내겐 중요하지 않아. 물론 중요하지 않아. 난 이미 널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몰라.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내 생에 처음으로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 마음 속으로도 한번도 말해본적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 그것으로도, 그것만으로도 내가 행복해졌다면 네가 믿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