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천천히 전시실을 나왔습니다. 다른 이들은 다 보이는데 그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따라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았나 봅니다. 미리 한 약속은 없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먹물의 선들이 참 슬퍼 보였습니다. 여백은 공허한 마음처럼 외로워 보였습니다.
한국화는 백의 민족의 정서를 잘 드러내듯 맑은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그러나 사군자나 문인화는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그대의 차가 지나가지나 않을까 자꾸 뒤돌아 보았습니다. 비슷한 색깔의 차가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대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하고 전시실에서 자꾸만 멀어져 왔습니다.
날씨가 꽤 차가워져 가고 있습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뵐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