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寒泉 건널 때
신발 벗고 온 사연 말하지 말기
가시 천지 찔레 산에
저고리 두고 온 이야기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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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앞에 벌어진 우리가 해야 될 일로 미루어, 그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이미 지나버린 일을 너무 탓하거나, 자조나 자해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아주 쓸모 없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왜냐면...
세상사 물올라 좋은 날에도
안간힘 쓰며 비탈에 매달려
엊그제까지 애지중지 키운
소담스런 黃菊 한 무더기
창호지보다 얇은 오늘 첫서리에
짚 검불로 풀썩 시든 자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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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각자의 순간 순간에 주어진 환경이라는 것에서 자신이 가진 최선만을 다해야 할 의무만이 있는 것이지, 내가 노력한다면 그 최종의 결과치가 나에게 무슨 큰 이득을 가져다주리라고 소망한다는 것은, 그 결과 소담스런 黃菊에서 풀썩 시든 짚 검불이 아니겠느냐는 뜻입니다
이보게, 하물며 인간사 백년동안
아무리 천하에 제할 도리 다했다해도
새벽 잠 언 꿈으로
차마 人間事 말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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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설령 자신의 일생을 그렇게 최선을 다하여 살아서, 아주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란 것은 너무 자만하거나 너무 냉정하게 보아서는 안되며 겸허하게 바라보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뜻입니다. 그 사유가 왜 그런가는...제가 고의로 숨겼습니다.
이건 사실 일종의 보물찾기와 같은 것이지요. 실제 이런 종류의 보물을 숨긴 사람은 보물찾기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이건 일종의 게임이고..게임에는 법칙이 있거든요.
그걸 가르쳐 준다는 것은, 보물을 숨긴 의도를 포기하는 것과 일치하는 일입니다. 제가 그 詩를 쓴 의미를 잃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특별히 날씨도 춥고 하니, (^_*) 제가 그 의도를 포기하는 걸로 하고, 가르쳐 드리기로 하죠.
문제는 아마 본문을 너무 노려보다가 (-_-) 제목의 뜻을 놓친 경우일겁니다. 제목이 黃菊弔辭거든요. 이를테면 黃菊에게 애고애고~ 哭을 하며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연고로 날씨도 추운데 (*_*) 黃菊을 보며 슬퍼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우리 주변의 黃菊이라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서 항상 그것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그 무엇을 탐내지만...자연의 이치는 첫서리에 풀썩 시든 짚 검불만 남겨줄 뿐이라는 겁니다. 또는 아무리 그렇지 않아, 조물주가 최대의 인심을 썼다해도...우리에게는 黃菊 한 무더기가 그 최종 중에서도 최종이라는 것입니다.
더 갈 데 없을 때에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哭 뿐입니다. 黃菊弔辭라는 제목은 그렇게 단 것입니다. 기껏해야 黃菊뿐이라는 것이 슬프고도 슬프도다..라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것이 되는 거지요. 대충 이해가 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