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날마다 거리를 한없이 걷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먼 발치로나마 그대를 뵈올 수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안개꽃처럼 여린 그리움이 안개꽃 송이처럼 무수하게 제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한송이, 한송이 지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리움의 꽃 송이는 무성생식의 분열처럼 자꾸자꾸 불어나 무한대의 그리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어느 것도 생각할 수도, 노력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 멍한 시선만 창밖으로 향했습니다.
첫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음산한 날들이 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하얀 마음을 가져다 주는 흰눈은 기쁨의 상징으로 인정하고 싶은데 저 혼자서 흰눈을 그렇게 감상하고 싶지는 않아서였습니다.
함께 하진 않아도 그대와 똑같이 첫눈을 감상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대가 바라보는 흰 눈속엔 제 모습이 있으면 좋겠고, 제가 바라보는 흰 눈속에서는 그대가 보이도록 말입니다.
아직은 첫눈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창밖엔 가을의 정서를 고집스레 끌고가려하는 단풍나무 단풍이 퇴색되었지만 조금은 건재해 있었습니다.
제 마음 속 그리움의 안개꽃은 첫눈이 오는 날 그대와 나의 모습을 담은 흰눈처럼 환희로 나부낄 수 있을거라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