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대소, 분노, 격정, 유희 등 온갖 삶의 형상들이 깊은 호수 속으로 침잠하듯 흰눈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기차 바퀴 굴러가는 듯한 생활의 소음들이 나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데 망연히 높은데서 흰눈으로 덮인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어느새 차분히 사색의 여유를 갖게 된다.
흰눈은 그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굉음들을 그저 침착하게 감수하고 있다.
그래서 흰눈은 아름다운가 보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뜨거운 사랑을 증명해 주고 싶어 혈서를 썼다. 흰눈 위에 떨어진 두 방울의 사랑, 그 사랑의 빛깔은 깨끗한 흰눈으로 인해 더욱 선명한 선홍색 장미 빛으로 빛났다.
그래서 흰눈은 아름다워 보이나 보다
흰눈이 쏟아지는 한밤중은 은하수 빛처럼 은은한 신비의 세계가 된다. 모든 두려움을 내재한 '어둠'을 당당하게 뚫고 흰눈이 온 세상을 진지하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고뇌에 차 있는 어느 시인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느라 흰눈은 쉴새없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흰눈은 더욱 아름다워 보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