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두 번째 이별을 말하고 나서 너무도 태연히 내 자리에 있었다.
모두에겐 네가 나빴다고 둘러대면서
헤어짐 뒤엔 늘 그래왔듯 난 변함없이 며칠을 지내왔다.
오늘.
모처럼만의 여유가 생겨서 난 정말 예전과는 변함없이 책 한권을 읽었고.
전처럼 침대에 누워 햇살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었다.
책을 반쯤 읽었을 때 책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을 했고
여기서부터... 뭔가 잘못되어가는 걸 느꼈지만... 난 끝까지 부딪치는 걸 택했다. 내 성격처럼.
여기저기 구절들이 가슴을 쿡쿡 찔러왔고...
휘갈겨 그것들을 메모하고...
한참이 지나 책을 덮었을 때
건너편 아파트 벽에 부서지는 붉은 노을을 창으로 내다보며 한참을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 노을이... 왜 그리 슬펐을까. 평소엔 이쁘다며 바라보던 그 노을이.
그때 난 얼마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생각해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잘 참아왔었다.
언젠가 네게 말했듯 난 눈물이 많지 않았었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너에게는 이리도 많은 눈물을 보이는 걸까.
너의 자리가 꽤나 컸음을 느꼈다. 널 정말로 사랑했다는 생각...
세상 모든 것이 서러웠고...
이 서러움도... 언제나 내 몫임을 이미 알고 있었고,
너와는 영영 다시 함께하지 못할 것임도 알고 있었기에...
넌 날 사랑하지 않았고, 미련따위도 없음을 알기에
난 이 자리...
널 향한 그리움 때문에 결혼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고,
마지막 날까지 널 기다릴 거라는 내 마음을
앞뒤 말 빼고 결혼 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네게 내뱉었다.
울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는지...
깨어보니 밤이었다. 시간의 개념도 상실한 채 난 멍하니 캄캄한 방에 앉아 있었고
생각이 너에게 가닿자 난 절망하고 있었다.
이별을 말한 나보다도 우리 이별을 더 빨리 받아들인 너...
그래서 서글퍼지는 나...
오늘 하루... 종일을 울었다.
너의 흔적들 때문에..
네가 할퀸 사랑의 상처들 때문에...
내게 스친 너의 단상들 때문에....
아직도 널 사랑하는 내 마음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