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과자 부스러기를 부지런히 나르고 있는 개미를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 본 어린 시절 확대되는 환경에 나의 눈도 따라 커졌지만 그다지 경이로운 발견은 못 되었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몇 개의 돋보기를 들이대고 대단한 발견인 양 쉴새 없이 떠드는 사람들이 우습게 보인다는 것을 이미 그 때 예견했었을까?
새로운 발견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만 조금 크게 해 주는 돋보기식 언어소통이 여전히 내겐 매력이 없다.
운동장 한 가운데서 손바닥만한 까만 색종이를 돋보기로 빛을 모아 불사르던 날 난 경이에 찬 눈으로 돋보기를 바라보게 되었다.
약간 볼록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유리에 그렇게 엄청난 힘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운동장만큼 커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힘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하는 돋보기식 삶들에 관심을 가질 줄 알게 되었다.
'하면 된다.'라는 문구들을 책상 앞에 걸어놓고 사춘기를 탈 없이 보낼 줄 알게 되었고, 장애인들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나이든 무명 처녀 얘기를 듣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안락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 하잘 것 없는 인간사에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 사람들. 학자, 예술가, 사업가, 스포츠인들.... 그들의 돋보기식 불태움에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반성할 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