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그림 모딜리아니의 소녀상을 연상하게 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가끔은 젓가락으로 철판 긁는 소리가 날때도 있지만 내가 직접 켜는 바이올린 소리마저 감미롭게 들린다.
'가냘픔'의 정서가 나는 좋다. 그래서 설악산의 바윗덩이 같이 건장한 신체를 지닌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차가운 바람을 쏘여도 감기에 걸리는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 것 같고, 가파른 산을 거뜬히 오르내리지 못하는 나를 싫어할 것 같다. 그리고 더운 여름날 에어콘의 강도가 안 맞아 나랑 같이 다니기 불편할 것 같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소리는 아주 예민하다. 몸의 중심이 흩어졌는지 금새 알아차린다. 그리고 활을 쥔 손가락의 모양과 손가락 힘의 강도에 따라 음색이 달라져 버린다. 또한 어깨의 상태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진다.
정성껏 온몸을 다 바쳐 바이올린을 보듬고 연주를 해야 한다.
나는 바이올린 소리처럼 몸과 마음이 섬세한 사람이 좋다.
아무래도 홀쪽한 사람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신경이 예민할 것 같다. 우선 나랑 일상 생활의 패턴이 비슷할 것 같아 마른 사람을 좋아한다.
나의 기분을 금새 알아차리고, 나의 가치관을 진지하게 들어 줄 마음이 섬세한 사람이면 더욱 좋다.
언제 내게 나의 모든 것을 보듬고 아름다운 인생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다가올까 꿈을 꾸면서 나는 오늘도 바이올린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