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무더운 여름날 가던 길 멈추고 등허리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헤아리며
나무그늘에 앉아서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요?
김두업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이곳
뒤도 안돌아보고 간 그곳은 어떻습니까?
그네의 고수련도 마다하고
우두망찰하게 만들면서
씩씩하게 홀로 떠난 그곳은 어떻습니까?
소풍 온 세상이 이렇게 아우성인데
돌아간 그 곳은 얼마나 더 치열하겠습니까?
혹시 우리별보다
훨씬 큰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이
지구라는 별이름조차 알지도 못하는
엄청나게 큰 별 사람들이
촌구석에서 왔다고 놀려대지는 않는지...
그런들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을 당신이지만
그래도 혹여 힘이 밀리면
그 땐 이렇게 말하시구려.
머지않아 내편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올 거라고...
꼭꼭 감추었다가 당신이 버리고 간
그 외로움은
수없이 새끼를 쳐서
아무리 입어도 따뜻하지 않은 그 옷을
우리 모두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오.
덕분에 우리 모두는 한 볌씩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누에고치를 뚫고 나간 나방처럼
결코 바래지 않는 푸른 하늘
이정표가 필요없는 유영을
고치에서 풀려나는 비단실들이
아프지 않은 그리움이 될 때까지
즐겼으면 좋겠소.
지금쯤
언젠가 건너올 우리들을 위해
노둣돌을 놓으며
낯설지 않은 노래와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안주로
두레반 술상을 준비하는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을 마중하던
나비들과 배롱나무, 칡넝쿨과 함께.
고수련 :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
우두망찰: 어찌할 바를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