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십주년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아이 둘을 낳아 기르고 불혹의 남편을 위해
10년을 향기롭고
10년을 싱그럽고
10년을 꾸밈없이 피어나준 당신은
아스팔트 빛깔 먹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빛줄기
앞마당 석류나무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실바람
알지 못하는 동안
기억속에 뿌리내리고
엉키고 흐드러져
인생이 된 당신은
이제 내 안에서 피는 꽃입니다.
* 사년전 결혼 십주년때 내가 아내에게 쓴 글이다.
평생 편지 한통 안주던 인간이 이런 유치찬란한 시를 보여주니
그래도 고마웠던지 지금까지 내 결혼생활은 무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