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라지기 얼마 전이었다.
"우리 여행이나 가자"
민서가 먼저 이런 말은 꺼낸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떠나는 여행길에 늘 말없이 걸음을 맞추어 주던 기억뿐...
"여행? 사진기도 없이 무슨 여행이야!"
전날 민수는 누구와 함께 마셨는지 아무리 먹여도 취한 모습 한번을 보여주지 않던 녀석이
혼자서는 걷지도 못할 만큼 만취가 되어서 들어왔었다.
처음 본 민서의 취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이 반갑기도 했지만 그의 깊은 한숨소리는
무언가 말못할 갑갑함이라도 숨겨져 있는 듯 애처로웠다.
"많이 망가졌냐?"
"렌즈가 아주 나가버렸어. 하필이면 왜 내 사진기냐! 저기 전화기도 있고 니꺼 핸드폰도 던지기 딱 좋을 크긴데 ...
진짜 내가 성격 좋고 맘이 여려서 그렇지 안 그랬음 말야..."
"......"
짜식... 녀석의 침묵은 나에게 꽤나 잘 통했다.
"알았어. 내일 시간 빼놓을 테니까 저녁쯤에 나서자"
......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평에는 민서와 일년에 한두 번씩 잊지 않고 들리던 시골동네가 있다.
녹음이 가득한 산 아래로 잔잔히 흐르는 계곡과 깊숙이 앞질러 펼쳐진 들판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은 그 근처의 다른 동네들처럼 휴가를 맞아 찾아 온 외지사람들로 분비지도 않았고,
대학생들의 엠티 장소로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듯 한가로웠다.
그날도 우리는 그곳에 짐을 풀었다.
어느새 어둠은 자욱히 내리깔려 내가 바라보는 구석구석에 온통 들어차 있었고,
그 적막함 속에 계곡의 물소리는 검게 식어진 산을 타올라 고요하게 메아리쳐 울리고 있었다.
"좀 허전하겠다. 서울 가자마자 새 걸로 사다 줄께"
"어차피 내일 일찍 출발하려면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을 텐데뭘..."
"......"
"맥주나 한잔하자"
우리가 늘 묵는 그 민박집에는 허술한 옥탑방이 하나있다.
손님이 많이 몰려 방이 부족할 때나 한번쯤 사용하게 된다는 그 방이 우리에겐 더할 것 없이 만족스러웠다.
특이나 옥탑방 앞에 놓인 큼직한 평상은 내 마음을 꽉 들어차게 했다.
그날도 민서와 난 캔 맥주 몇 개와 민박집 주인할머니가 썰어주신 오이며 수박을 펼쳐놓고는 마주 앉았다.
한 여름밤이라고 하기엔 쌀쌀하기까지 한 밤 공기...
"저 달 정말 탐난다."
흐르는 구름 속에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 채 덩그러니 걸려있던 초승달은 민서 말대로 탐낼 만 했다.
밤을 더욱 어둡게 밝혀주려는 듯 어두운 침묵사이로 박혀진 별들과는 또 다른 느낌.
그 차가운 날카로움은 무슨 기막힌 사연이라도 간직한 여인네처럼 애처로와 보이기도 했고
누렇게 바랜 듯 채색된 달빛은 순박한 구수함으로 가슴속에 축축이 스미는 듯 했다.
나무냄새, 계곡의 몰소리, 드넓은 들판의 쓸쓸함 그리고 낯선 풀벌레소리까지
한아름 묻혀온 시골의 밤바람은 옥상 가득 푸근하게 흩어져 갔고...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민서와 나는 밤하늘을 뒤적였다.
...........
이제 곧 개강이예요...
피서다녀와서 이틀째 날을 새우며 채운덕에
다행이 소설은 막바지인데...
수필이랑 시랑 남은 과제물이...
시간이 넘 없네여... 쩝
좋은 하루 되시구여
올릴때마다 잊지않구 읽어주시는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언제 밥한번 사드리구 싶네여..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