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뜬다.
해는 이미 하늘 한가운데 걸려있고...
욕실로 직행해 부스스한 머리 대충 정리하고 세안을 한다.
비누한번 미끄덩 잡는 둥 마는 둥 해서 얼굴을 벅벅 문지른다.
그리고 흐르는 물 양손에 한가득 담아 두어번 얼굴에 흩뿌려주고 고개를 든다.
아직도 귀옆머리 앞머리에는 비눗물이 남아있건만 신경쓰지 않고 수건으로 쓱쓱 닦아낸다.
아직도 풀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로 터벅터벅 걸어가 차가운 냉수 한컵을 원샷하고
입가에 흐르는 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낸다.
식탁 위 예쁘장한 그릇에 수북히 담겨있는 자두에 눈길이 간다.
아침도 거르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점심때가 되었지만 밥을 차려 먹고싶은 생각이 없음에...
한손 가득 자두를 웅켜잡는다. 그래봤자 너댓개지만...
자두 한알을 입 속에 쏙 넣고 소파 구석에 밖혀있는 티비 리모컨을 잡아든다.
다시금 나의 몸은 폭신한 소파 속으로 묻히고... 관심도 없는 티비광고를 응시한다.
어느새 들고 온 자두는 내 입안에서 씨앗으로 남아 빙빙 돌고만 있다.
한참을 티비를 보다가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밝아 눈이 아파서
질끔 감는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여유로운 오후에 또 다시 망상의 날개를 펼친다.
진부한 망상이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직도 내 입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자두 씨앗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