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지내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럴때는 정말 미운 마음 한숟갈 더 올려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보자!' 라는 생각을 하며
온갖 나쁜 말들로 저주를 퍼부어준다.
그리고 수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래도 그땐 그랬었는데.. 나에게...' 라는 생각이 들어
쓰디 쓴 웃음을 지으며 불과 몇분 전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책하기 시작한다.
생각은 꼬리를 이어...
저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잘 지내는데...
난 혼자 화내다가 이내 자책하고...
그렇게 아직도 흔적들을 지워내지 못하고 지랄발광 찐따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내가 그렇게 싫어질 수가 없다.
그와함께... 그녀를 향한 원망과 후회 아쉬움과 그리움.. 모든 감정들이 믹서기에 잘 갈려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만큼 한뭉탱이가 되어 나의 가슴에 덜컥 내려앉으면...
그때는 그녀와 관련된 나의 모든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싶다.
힘들고 아프니까...
주위 사람들은 말한다.
마음을 주게되면 걷잡을 수 없이 다 줘버리고 정작 그것을 잃게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털털이가 되는 멍청하고 못난 놈이라고...
하지만 난 누군가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성격만큼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아둘때는
더 없이 진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기에...
이러저리 재고 따지고 계산같은거 하지 못하고 그 감정에 충실하며 모든것을 다 꺼내주는
개도 못줄만큼 띨빵한 성격을 천성으로 가지고 태어난 놈이다.
이래저래 참고 견디고 살면...
시간은 나의 띨빵한 성격도 극복할 수 있을만큼 효과만점짜리 처방전을 내려줄테지만...
만년설 백년에 한번 필까 말까한 꽃이라도 따와서 약을 만들어 주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한다.
이런경우 속성법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하여 혹- 하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이구동성으로 다른 사랑을 하라고 한다.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사람과 사랑으로 쉽게
치유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속성법이 정말 효과가 있다해도.. 아마 난... 또
가혹하리만큼 시리고 차갑고 아픔만큼 길고 긴 시간을... 참고 기다려 내 상처를 치유하겠지.
시간이 제조해준 약으로 낫지 않으면 언젠가는 덧날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날 아프게하고 힘들게 하는 상처일지라도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싶은
병신같은 놈이니까...
난 또 참고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