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쌓여있다.
먼지가 날릴까봐 움직이는 것도 포기했다.
방에 누워 가만히 숨만 쉰다.
숨쉬는 것도 조심스럽다.
먼지를 터는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이다.
그래, 자유롭기 위해서다.
결국 나는 누워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긁어부스럼이라는 말 대신 먼지를 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너무 아파 소리도 지를 수 없는 공포를 맛봐야 했지만
터진 살을 꿰메려면 살에 바늘을 찔러야 하니까.
거미가 창 밖에 거미줄을 널어놨다.
윽! 징그럽기 보다는 날파리도 많은데 참 잘 됐다고 생각했다.
죽었다가 깨나도 거미를 집안에 들여놓을 수는 없지만, 창 밖에서 거미줄을 치도록 놔둬야 겠다.
나는 거미의 징그러움을 참고 거미는 벌레를 걸러주기로 거미와 타협을 봤다.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오늘 내 일상에는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평화로워서 거미줄마저 그런대로 봐줄만 한지도 모르겠다.
먼지를 털기 전, 어쩌면 오래 이 평화로움을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주사맞기처럼, 겁먹은거에 비해서는 잠깐 따끔하고 말아버릴지도 모른다.
겁의 크기는 아픈 기억과 비례하는 것 같다.
새로움을 앞두고 느끼는 두려움과는 다른, 그런 것.
나는 지금 얼마만큼 겁을 먹고 있나..
덤덤해지자. 조금더 의연해지자.
다 큰애가 주사맞기 싫어 우는 것처럼 꼴사나운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