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데 너무 머리가 아팠다.
오랜만에 찾아온 두통이었다.
그동안 잊고있었는데..
나는 평소 습관대로 안경을 벗었다.
창밖의 풍경이 보였다.
하지만 뿌옇게 보였다.
안경을 쓰면 사람이든 나무든 자세히 보려고 애를쓴다.
저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일까 ...나무는 저렇게 빼빼말랐나..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으면 게다가 두통이 있을때면
온 신경을 곤두세워 그것들을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머리에 못질을 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뿌옇게 나마 초록이 보이면 저것은 나무이구나.
검은 머리가 움직이면 저것은 사람이구나...
길다란것은 아파트구나...
참 편했다.
부연 공기속을 붕붕 떠다니는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경을 벗어야 할때마다 나의 시력이 얼만큼 이나 나빠졌는지에 대해서
실감해야하지만..그때마다 나는 행복한 비행을 한다.
그러나 비행이 오래토록 이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오랜비행은 멀미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상상하는 일이
즐겁지만 두통이 자주 오는것은 원하지 않는다.
오늘도 저기 오는 저 사람은 남자일까 여자일까에 혼자 내기를 걸고
맞으면 미친사람처럼 혼자 좋아했다.
하지만 이런 두통이 자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물을 자세히 봐야만 하는 일이 더 많기때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