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魔人)
- 프롤로그 -
"훗... 웃기는군."
나는 지금 전쟁터... 전쟁이 끝난 비참한 흔적들이 남아 있는 전쟁터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 아래에는 이미 죽어버린 시체들만 즐비했다. 여기 누워있는 시체들도 가족이란 개체가 있겠지. 그리고 그들과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 왔겠지. 하지만 이 무슨 모습인가. 시체들의 가족들이 이 모습을 보면 다시는 즐거운 가족이 될 수 없겠지. 아닌가? 다시 일어서게 될지...
나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잔인했던가. 어째서 시체들을 밣으며 걷고 있는거지?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나는 걷고 또 걸었다. 걷고 있다가 내 정신을 흔들고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것'... 이 녀석 마저...
혼란스러웠다. 친구를 잃다라... 역시 혼란스러웠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도중에 녀석의 몸이 움찔 움직였다. 앗, 잠깐. 내가 잘못 본 것...?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나의 생각을 무시하듯이 녀석은 계속 움직였다.
"으윽...."
녀석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그제서야 나는 그를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즉시 움직였다. 나는 기초마법인 "레서 힐"을 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며 손을 움직였다.
"로느, 어트, 겐르. 빛의 힘, 세상의 모든 이를 치료한다. 레서 힐."
주문을 외우기 위해서는 삼신을 외워야 한다... 정말 삼신은 존재하는지 모르겠군.
레서 힐을 외우자 칼트 녀석은 안도를 찾았는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 듯 했다. 근데 어찌 편해 보이지 않군. 음... 독인가? 이쪽에 슈리켄이... 독이 묻어 있었군. 이 녀석... 도움은 못 될망정, 짐이 되는건가, 훗. 그래도 살아 다행이고 고맙군 그래... 내 절친한 친구 한 명을 잃을 뻔했으니.
나는 레서 힐에 마력을 어느 정도 쏟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녀석에게 해독약을 억지로 먹였다. 내가 그러한 생각들은 하는 도중에 저 쪽 언덕 너머에는 검은 물결이 일고 있었다. 나는 순간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또 다시 오우거들인가. 지겹군. 하지만...
쾌감인가, 짜증인가 모르는 감정이 나를 휩싸고 있었다.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 인간과 오우거의 싸움이라...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적대 관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오우거를 싫어하고 오우거는 인간을 싫어하기 때문...
내 마력이 반쯤 달았을 때쯤 그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 겠군.
나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의 검 "아르테라제"를 검집에서 뽑아 손에 들었다. 하... 벌써 이 검과 함께 생활한지도 2년째인가. 아르테... 또 다시 기억이 나 버리는건가? 하지만 내가 자청한 일이다... 검 이름을 '그것'으로 지어 버렸으니...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마법 미사일'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로느, 어트, 겐르. 마나가 쏟아 내린다. 마법 미사일."
2개의 마나 덩어리가 오우거들에게 작렬했다. 마법 미사일에 맞은 오우거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들과 만났을 때 인사나 악수가 아닌... 나의 검 아르테라제를 들어 올려 그들 하나 하나를 베고 있었다.
- 내가 살아가는 이유 -
"음... 흐음..."
창문 밖에서 비춰오는 밝은 빛의 나의 눈을 파고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드디어 오우거와의 전쟁이 끝났군. 한동안은 편히 지낼 수 있겠어.
충분히 잤지만 마력을 쏟아 부어서인지 아직 피곤함이 남아 있었다. 나는 문득 칼트가 생각나 그의 숙소로 가보기로 했다. 내가 문을 나서자 문밖에 있던 하인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그 여자 하인은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음...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군."
흠... 정말 기분이 좋아. 약간 피곤한 것만 빼고.
"정말 제레인트님은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 많은 오우거들을 무찌를 수 있는거에요? 정말 대단하세요!"
또 다시 칭찬인가?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고맙군."
그녀는 밝은 웃음을 짓고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 이 성은 정말 넓단 말이야. 흠...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수도 '마일'의 성이었다. 왕의 이름을 수도 이름으로 하다니, 어처구니 없어. 아... 역시 왕에게 일단 보고를 드려야겠군. 어차피 상황을 다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나는 내 숙소가 있는 3층에서 내려와 1층의 왕실로 들어갔다. 왕실에는 왕은 없고 왕실 병사들만이 일렬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금전까지 왕이 있었다는 뜻인데?
왕실 병사들은 왕이 떠나간 뒤 10분 뒤에 퇴장하게 되어 있다. 이곳의 왕이신 마일 라데츠님께서 멋대로 지으신 법이다.. 역시 별로 존경하고 싶지 않은 왕이야.
나는 내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서있는 병사에게 물었다.
"왕은 어디 가셨습니까?"
병사는 대답했다.
"몸이 안 좋으셔서 방에 들어가셨습니다."
무슨... 그러면 칼트에게나 가 봐야겠군. 나는 2층에 있는 칼트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칼트의 방에 들어가자 칼트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살아있었군."
칼트는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렌, 네 녀석이냐?"
여전히 말을 싸가지 없게 하는군. 보아하니 몸은 괜찮아 보이고. 하지만 예의는 차려야지.
"몸은 좀 어때?"
나는 짧게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음, 몸은 그럭저럭. 그런데 나를 치료한 게 너였냐?"
내가 내 마력 반을 쏟아 부어서 치료했지...
"그래."
"누가 내 허락 없이 나의 신성한 몸을 치료하라고 했냐? 이 멍청한 녀석아."
예상대로의 전개다.
"그딴 말 하지 말고. 내가 아니었으면 넌 죽었어. 이 실력 없는 녀석."
칼트의 '쳇'이란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멍청한 오우거 로드 놈에게 독 묻은 슈리켄만 맞지 않았더라도...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오우거 종족을 쓸어 버리고 싶다!"
후훗. 녀석... 상당히 열이 받아 있군.
"네 녀석 실력이라면 슈리켄 정도는 가볍게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지?"
칼트의 얼굴에 무언가 생각난다는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맞다! 맞다! 너에게 할 말이 있었지!"
나는 궁금해졌다. 칼트는 말을 계속 이었다.
"네 녀석, 삼신이 정말 있는지 궁금해했지?"
솔직히 말하자면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
녀석은 다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표정이 정말 장관이었다.
"내가 그 삼신을 봤다는 거 아니겠어! 정말 대단하지 않냐!"
순간 나는 놀랐다. 평소에 없다고 생각해왔던 삼신을 만났다고? 내 생각이 맞는적이 없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데?
"정말이냐?"
녀석의 표정은 약간 진지하게 변했다. 나도 진지하게 들어야겠군. 삼신이라...
"내가 오우거들을 막 베고 있을 때였지. 그 때 삼신이 내 눈앞에 나타난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삼신인줄 몰랐지. 내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해 주더라고. 자신들이 삼신이라고. 로... 그 뭐더라?"
역시 녀석은 전사니깐.
"로느, 어트, 겐르."
나는 짧게 대답해 주었다. 녀석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래, 그래. 로느, 어트, 겐... 하여간 그래서 내게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하더군. 나는 자신있게 칼트 레아린이라고 나의 멋진 이름을 말했지!"
솔직히 멋진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삼신들이 아무 말 없이 사라지더군. 그런데 그 때 오우거 로드 놈의 슈리켄 하나가 날라 오는 바람에 당했지, 뭐."
역시 삼신은 있었던가? 칼트 이 녀석은 거짓말은 절대로 안 하는 녀석이니깐. 그런데 어째서 칼트에게 삼신이 나타난거지...? 그리고 왜 녀석의 이름을 물어 본걸까? 삼신은 과연 선의 존재일지...
많은 의문점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칼트의 말은 삼신의 존재 여부를 알려 주었지만 나에게 더욱 많은 의문점을 만든 셈이었다. 녀석... 전혀 도움이 안되잖아.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삼신이 나타난거야? 다른 사람도 많은데 말이야. 역시 내가 무적 전사라는 걸 눈치챘어. 하하하!"
무적 전사라... 무적 전사는 오우거 로드의 슈리켄 맞고 죽을 고비 넘기나?
"전사는 마검사인 너와는 차원이 달라, 이 머저리! 하하하!"
이 녀석이 친구만 아니었어도... 흠...
내겐 친구라는 존재는 몇 되지 않는다. 아니, 몇 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칼트 이 녀석 하나라는 표현이 어울리겠지.
녀석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풀면서 내게 말을 했다.
"아침 시간이라 술은 안되겠고, 아침밥이나 먹으러 가지. 당연히 내가 사고!"
"좋아. 그러지."
우리 둘은 칼트의 방을 나와 성을 빠져나왔다.
"응? 뭐, 뭐야!"
칼트가 소리쳤다. 칼트의 발 밑에는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의식은 있는듯했다. 나는 그에게 치료 마법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그만한 상처를 치료하려면 적어도 3클래스의 마력이 필요했고 지력이 높아야 가능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러한 조건이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찌된 일입니까?"
그는 말 하는 것 조차 힘들어 했다. 그는 말했다.
"어둠...의 마법사...라고..."
어둠의 마법사?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선의 존재는 아니군.
"그가 어디 있습니까?"
그는 손가락으로 왼쪽을 가르치며 말했다.
"광장...에... 으윽...!"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우리는 그를 벽에 기대어 놓고 광장으로 뛰어갔다. 그의 말대로 광장 중앙 의자에는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여자 마법사였다. 상당히 젊은 여자였다. 다시 예상이 틀려 버린건가?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아...
그 여마법사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일어났다. 여마법사는 우리에게 소리쳤다.
"당신들은 누구지?"
무섭게 말하는군.
"당신은 누구지?"
나는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여마법사는 그녀의 몸에서 마력을 내뿜었다. 적어도 7클래스는 되어 보였다.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리고 나직히 그녀는 입을 열었다.
"지옥의 불꽃. 화이어 볼."
어둠계 마법사는 편하기도 하겠군. 삼신을 외우지 않아도 되니.
강한 화염계 마법 '화이어 볼'. 그녀의 화이어 볼의 크기를 보아 1클래스급의 화이어 볼이였다. 우리를 너무 가볍게 보고 한 공격이었다. 전사인 칼트라면 몰라도 마검사인 나로서는 1클래스급의 화이어 볼은 내 마력을 반쯤 써서 '포스 필드'정도의 마법이라면 막아 낼 수 있었다.
화이어 볼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포스 필드를 펼쳤다.
"로느, 어트, 겐르. 포스 필드."
포스 필드의 실드는 나를 감싸면서 나를 방어해 주었다. 화이어 볼은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여마법사는 웃으며 말했다.
"어느 정도 실력은 있군, 그래. 하지만 나는 너희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 나는 단지 왕을 만나고 싶다. 이 나라의 대표자 왕을 말이다."
왕을 만나겠다... 그래서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흠... 대환영이다.
나는 웃음을 띄우려는 얼굴 표정 관리를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왕을 만나러 하지?"
그녀는 웃고 있던 표정을 무표정하게 만든 후 말을 이었다.
"그를 죽인다."
고맙군. 맘에 안드는 왕이었는데.
"어째서지?"
여자는 나를 노려보며 말을 했다.
"내가 왜 그런 말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그런건가?
"왕은 이쪽에서 동쪽에 위치해있다. 성에 살고 있지."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칼트 녀석도 의아해했다. 음... 칼트 녀석은 왕을 존경했다는 건가?
"어째서 내게 그런 것을 가르쳐 주는거지? 너는 죽더라도 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태연하게 그 질문에 답변을 해 주었다.
"나는 성기사도 아니고 나는 그 왕이 마음에 들지 않아. 후후... 그러니깐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겠나?"
나는 그 왕이 정말 맘에 들지 않으니깐. 그리고 나는 용병이니...
여자는 내게 말을 했다.
"네 녀석은 마력이 2클래스 밖에 되지 않군. 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마검사고, 옆에 있는 녀석은 아예 마력이 없고 대검을 들고 있군. 호... 검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대단한 검이로군? 전사였나."
"잘도 맞췄군."
여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이 들고 있는 중검은 멋지군. 대검보다는 중검이 멋지지. 그런데... 허억!"
뭐지? 음? 검에서 하얀 기운이... 신력인가?
"악! 검에서 신력이 뿜어져 나오다니! 으아악!"
여자는 '공간이동'마법을 써서 자리를 떠났다. 여마법사가 자리를 떠나자 내 검 아르테라제는 그 하얀 빛을 거두었다. 칼트 녀석이 이제야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거야? 네 검에서 신력이 뿜어져 나오다니?"
신력이라... 나는 이 검을 주워서 그냥 이름만 붙여서 내 검으로 만든 것 뿐. 이 검을 줏은 지도 벌써 2년째라...
당시에 나는 마검사가 아니었다. 나는 칼트와 같은 용병단에서 일하는 약한 검사일 뿐이었다. 실력이 없었기에 용병단에서도 돈을 잘 벌지 못했다. 나는 그러한 나를 탓하며 검술 연습을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 용병단 전체가 전쟁이 참여하게 되었다. 큰 대륙 '다츠'안에서는 유난히 전쟁이 많았다. 지역 감정이라고나 할까? 이번 전쟁은 '바델'과 '마일'의 전쟁이었다. 병력이나 기술로 볼 때 수도인 마일이 앞서 갔기 때문에 바델에서는 우리 용병단 전체를 샀던(?) 것이다. 그래서 나 같은 실력 없는 사람도 같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으나, 그만큼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쟁의 그 날까지 이를 악물고 검술 연습을 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연습했다. 나의 검술 실력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나중에는 비로소 칼트를 이기게 되었다. 칼트 녀석 나한테 처음으로 졌을 때 표정이란... 상상을 초월했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전쟁에 참여한 나로서는 약간 떨림과 긴장감, 그리고 약간의 공포도 있었다. 죽는다... 죽는다는 것은 다신 돌이킬 수 없는... 그러한... 전쟁터에서의 행군이 시작되었고 한참동안 걸은 우리 용병단은 근처에 일단 쉬기로 했다. 어느 행진에서나 있는 물부족이 일어났다. 친한 녀석들끼리 물을 나눠 먹으며 그럭저럭 쉬고 있었다. 나도 물을 아껴 먹으며 쉬고 있었다. 하지만 내 물을 노리며 달려 오는 녀석. 칼트 레아린.
"야! 물 혼자 먹기냐?!"
나는 재빨리 나의 물통을 숨겼다.
"하하! 이 칼트님에게 물을 빼앗기지 않을 수는 없지! 순순히 내놓으시지! 하하하!"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나 해야하나...?
"너도 물이 있잖아?"
녀석은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이 칼트님께서 목이 무척이나..."
"실력 없는 녀석..."
녀석은 내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는 크게 소리쳤다.
"너 어제 나 한번 이겼다고 지금 큰소리냐!"
말은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여도 녀석은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녀석이라...
"그래."
칼트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좋아, 좋아. 그러면 나랑 한 게임 더 하지. 그럼 공평한 거지?"
멋대로 법을 만들지 말란 말이다. 하지만 한게임 더 라... 갑자기 즐기고 싶어 지는군. 흠...
"그래. 이번에는 완전히 눌러 주도록 하지."
나는 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우리 둘의 승부는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 몇몇만이 구경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나와 칼트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아렌! 재밌게 하자구! 재밌게!"
"알고 있어. 칼트."
녀석은 자신의 큰 대검을 꺼내 들었다. 이름이... 사일런스라고 하던가?
나도 내 검을 꺼내 들었다. 어제 숲 속에서 주운 검. 이름은 아직 붙이지 않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다. 아르테라제. 또 다시 악몽이 생각나려 한다. 하지만 검 이름만은 아르테, 너로 하고 싶군.
녀석이 공격해왔다. 녀석이 초반부터 강하게 나오고 있었다. 전사 기본 공격 기술인 '버저커 차지'로 나를 공격하기 위해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일단 손에 모든 기력을 모아 놓고 막아 보았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막을 수는 있었으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칼트는 나의 당황함을 눈치 채고 나를 마구 공격해왔다. 기세가 칼트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나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역시 '전쟁의 함성'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크게 소리쳤다.
"이야앗!!!"
녀석은 멀리 떨어졌다. 전쟁의 함성을 제대로 걸리게 되면 마법사들은 마법을 못쓰게 되고 전사들은 당황하기 일수였다. 일단 위험에서 빠져 나온 듯 했다. 그러나 녀석은 다시 공격해 들어왔다. 나는 방어만 할 수 없었기에 같이 공격을 했다. 처음에는 밀고 밀리는 대결을 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력이 앞선 칼트쪽으로 기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힘이 들기 시작했다. 완전히 밀리려는 순간, 뭐지?
검에서 '마력'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태어나서 한번도 마력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어째서 인지 나는 그 기운이 단숨에 마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로느, 어트, 겐르. 죽음의 화염구와 지옥의 불꽃이 쏟아 내린다. 화이어 볼."
나는 당황 스러웠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내 의식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니...
내 손에서는 둥그런 불덩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 만들어진 순간 화이어 볼은 칼트를 향해 날아갔다. 칼트 역시 당황했다. 그는 기력을 손에 모아 그 불덩이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대검을 놓쳐 버렸다.
"으... 내가 또 진거야?! 이 녀석! 너 마법까지 익힌거냐? 치사한 놈! 미리 가르쳐 주지..."
그의 화상은 그리 심한편이 아니라 의료소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나는 내 숙소로 돌아와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내가 그것이 마력이란 것을 알았으며 또 한번도 써보지도 못한 마법을 썼고...
검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그런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어쨌든 예사롭기 않은 검이었다. 의료소를 빠져 나와서도 칼트 녀석은 내게 잔소리를 해댔다. 마법을 익혔으면 자신에게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 자기 혼자 마법 배우는 게 어딨냐 등등... 하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화 자체를 낼 줄 모르는 녀석...
그러는 동안에 쉬는 시간은 끝났고 다시 행군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강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들도 결국은 각각 지쳐 버렸다. 칼트 녀석... 아직 지친 모습은 보이지는 않는군.
나도 아직까지는 버틸만 했다. 그 때였다.
"모두 전투 태세를 갖추어라!"
이것은 지휘대장의 목소리군. 드디어 첫... 전투인가?
"첫 전투인데 기분이 어때?!"
칼트 녀석은 녀석의 장점인 쾌활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말했다. 흐음... 솔직히 내 기분을 정리한다면...
"그런대로 좋다고 할까...?"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왜일지... 죽을 수도 있는데 왜일지...
"녀석! 실력 있어서 죽을 가능성은 없다 이거냐?! 하핫! 나도 두근두근 거리는군! 첫 전투라..."
칼트 녀석을 알게 된지도 벌써 1년째 되어가는군. 이 녀석... 내가 이 녀석을 알게된 이후로 얼굴이 어두운 적이 한번도 없으니... 쾌활하다.
그 순간 내 눈앞 저 멀리에선 까만 흙먼지가 일고 있었다. 적인가?
나는 모든 전투 태세를 갖추고 마지막으로 나의 검 아르테라제를 꺼내 들었다. 또다시 지휘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앞에 적들이 지금 달려오고 있다! 우리의 용맹함을 보여 주도록 하자!"
수적으로 밀린다.
"아렌! 도망가지말고 싸워야돼, 하하!"
쾌활한 성격인가, 단순한 건가?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는 거지?
우리 부대는 달려나갔다. 칼트와 함께 있던 나도 달려나갔다. 가슴속에서 일고 있는 이 감정은 뭐지...? 기분이 좋다. 이런 기분이 전쟁이란 기분인가. 내 검에 베어져 나가는 이 기분. 그리고 죽어 가는 사람들. 죽고 죽이는. 살고 싶다는 욕망. 살아야 한다는 의무. 살수 있다라는 희망과 믿음.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르테라제는, 아니 나는 이들의 감정을 깨버린다.
그렇게 나는 베고 또 베었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을 즐기며... 나는 그들을 베었다. 나는 어째서 이들의 고통을 즐기는 걸까? 왜 이들의 고통이 이렇게 즐거운 건지...
끝이 났다. 나는 살아있는건가? 수적으로 밀리던 전투가 어찌된 건지... 나는 어째서 살아있는가?
생각이 났다. 나는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마법을 사용해서 적군의 반 이상을 날려보냈다. 그 마법의 이름은 '링 오브 화이어'. 나는 둘러싸고 있었던 적군들이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덩이를 맞고 쓰러 졌다. 나의 힘은 아니었다. 아르테라제. 또 다시 검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전투가 끝이 난 지금 땅 위에 서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3명. 그리고 서있지 못하는 자까지 합해서 생존자는 20명 가량. 칼트 녀석은 검을 닦고 있고, 그런데 상처 하나 없는 저 녀석은 누구...?
"용케도 살았군. 이 용병단은 별로 실력 없는 녀석들 뿐 인줄 알았건만."
거만한 건가. 내가 싫어하는 인간상이군. 칼트 녀석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네 녀석이야 말로 용케 살았구만! 네 녀석이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나는 용병단을 대표하는 완벽 전사 칼트다!"
용병단을 대표하는 완벽 전사라... 갈수록 표현이 극단적으로 변하는군.
칼트 녀석은 말을 계속 이었다.
"네 녀석의 이름이나 밝히지 그래?"
의문의 녀석은 자신을 이름을 밝혔다.
"내 이름은 주나쥴 레이컨트다."
주나쥴 레이컨트라... 특이하다면 특이한 이름이다.
"아까 보아하니 저쪽에 있는 녀석 검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더군. 마검사인가?"
나는 약간 놀랐다. 저 녀석이 마력을 느낄 줄 안단 말인가. 마법사?
"검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처음 보는데... 좋은 검을 가지고 있어 좋겠군."
좋은 검? 신력과 마력이 나오는 검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
나는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우리 셋뿐인 것 같군. 용병단으로 돌아가서 보고를 하도록 하지."
주나쥴이란 녀석이 말을 했다.
"가려면 너희들이나 가도록. 나는 더 이상 용병단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칼트가 그의 말에 대꾸를 했다.
"좋아! 나도 너 같은 녀석과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깐!"
칼트 녀석.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군.
주나쥴은 칼트의 말에 전혀 대꾸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주나쥴이란 녀석은 우리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칼트와 나는 용병단으로 되돌아갔다. 모든 보고를 마친 후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이번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우리 병력의 두 배정도 되는 상대 병력을 이겼으니.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검에서 마력과 신력이 뿜어져 나온다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며시 검을 들었다. 그리고 방문 뒤쪽에 섰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소리의 주인은... 칼트였다. 이런... 내가 요즘에 신경이 곤두 서있는 건가.
"응? 뭐야?! 휴... 왜 검을 들고 있어!"
"아냐."
"너 혹시 내가 무슨 암살자라도 되는 줄 알았냐? 냐하하!"
역시 눈치 빠른 칼트 녀석.
"내 방에 온 이유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칼트에게 물었다. 칼트가 말했다.
"멍청한 녀석. 네 녀석이 나한테 마법서를 구해달라던 부탁을 잊었던 거냐!"
아... 그렇군.
"마법서는 구해 왔나보군."
칼트는 내게 약간은 낡아 보이는 마법서 하나를 내밀었다.
"자아! 아주 자세한 책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마법 연습은 될거다. 마법을 익히면 마검사라는 칭호를 들을 수 있겠네!"
마검사라는 칭호. 마법과 검술을 둘 다 응용할 줄 아는 자...를 말하는 건가.
"어쨌든 고맙군. 다른 용건은?"
"그리고 잠시 얘기할게 있어."
나는 방문을 닫으려 했다. 언제나 쓸데없는 얘기를 해대던 칼트니깐.
칼트가 문을 잡으며 약간은 비굴(?)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얘기는 아니니깐 걱정마, 쨔사! 하여간 차가운 녀석!"
차갑다라... 내 성격 말인가. 후후.
칼트는 문을 닫고 내 침대 위에 앉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는 아까 그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냐?"
"누구?"
"아까 만난 녀석 있잖아. 이름이... 레이컨트 라고 했던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거지. 그러니깐 내 말은 실력 같은거."
실력이라...
"실력은 좋아."
"뭐야? 그런 식으로 대답하지 말고 자세히 대답을 해봐."
"이번 전투에서 너와 나, 그리고 그 녀석만 온전한 생존자였지. 그렇다면 확실히 실력이 좋다고 평가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나도 그건 인정해."
오랜만에 보는 칼트의 진지한 모습인가. 아... 피곤하군. 이 녀석 빨리 가 주었으면 하는데?
"아까 그 녀석 기분이 안 좋아. 뭐라 그럴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나한테는 나쁜 기운으로 전달되는 것 같아. 그래서 너한테 물어 본거지."
나쁜 기운? 나는 그런 기운은 전혀...
"그럼 나는 갈테니깐 잠이나 푹 자라! 간다!"
칼트는 문을 닫고 나갔다. 녀석은 내게 의문점을 하나 더 남겨 주고 가버렸다. 레이컨트라는 사람... 다음에 생각하도록 하지.
나는 마법서를 펼쳐 보았다. 첫 페이지에는 클래스 순에 따른 마법 목차가 있었다. 목차 밑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마법을 외울 때에는 마법사의 절대적인 존재 '삼신(三申)'을 외우도록 한다. 삼신에 관해서는 책 마지막장에 언급되어 있다. 삼신을 외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마법 미사일'을 외운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도록 한다. '로느, 어트, 겐르. (주문). 마법 미사일.' 이런 식이다. 잘 기억하도록 한다.'
삼신이라... 처음 들어보는 존재인데...
그 밑에 약간 큰 글씨로 한가지 더 적혀 있었다.
'※마법을 사용할 때는 자신의 마력 클래스를 잘 파악하고 사용하도록 한다. 마력이 없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마력이 1클래스라도 되는 사람이 2, 3클래스 마법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생명에 지장이 오는 경우도 있다. 조심하도록 한다.'
나야 내 마력이 아니라 검에서 나오는 마력이라 클래스 파악이...
또 한 장을 넘겼다. 그 장에는 '주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주문 - 주문은 자신이 '개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주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주문을 외어야 마법을 잘 운용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개척? 만들어야 한다니...
그리고 몇장을 넘기니 마법이 보였다. 그 마법은 바로 '마법 미사일'. 마법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마법 미사일 - 가장 가까이 있는 적에게 유도 미사일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 밑에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기초적인 마법이라니... 별로 강하게 느껴지지 않군.
다음장에는 '파이어볼'.
'파이어볼 - 죽음의 화염구를 발사한다. 사정거리 내에 지옥의 불꽃이 쏟아내린다.'
파이어볼 이라면 칼트와의 결투에서 사용했던 마법이군.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10시. 늦잠을 잤군. 역시 잠을 설친 결과다. 내 검과 레이컨트, 그리고 마법 공부 때문이다.
나는 재빨리 옷을 제대로 입고 세수를 한 후 칼트의 방으로 갔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짐작 가는 곳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그곳은 바로 나와 칼트가 자주 검술을 연습하는 곳. 여기서 5분쯤 걸으면 나오는 곳. 역시나 그곳에는 칼트가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향해 나의 검을 날렸다.
사악. 바람을 가르며 내 검 아르테라제는 칼트를 향하고 있었다. 칼트의 검 '사일런스'. 칼트는 검기를 뿜으며 내 검을 막아냈다.
"나를 얕보지 마라! 하하하!"
진지한 모습이 보고 싶군. 후후.
"검술 연습은 역시 레오 언덕이라 이건가?"
"레오 언덕은 검술 연습하기 적격이잖아. 너도 알면서 뭘 물어?"
레오 언덕. 전설적인 전사 레오 칼슨이 검술 연습을 자주 했다던 그 언덕. 전사 레오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단지... 아득히 먼 옛날, 다츠에는 블랙 드래곤 한 마리가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블랙 드래곤은 드래곤 중에서도 레드 드래곤, 블루 드래곤보다도 휠씬 강한 드래곤. 그런데 레오 칼슨이 그 드래곤을 무찔렀다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블랙 드래곤을 혼자 무찔렀다면 영웅은 영웅이겠군.
이런 곳이라면 전사나 마검사들이 검술을 연습하느라고 사람이 많아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이 곳은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곳에는 몬스터가 많기 때문. 각양각색의 거미는 물론이고 그리즐리 곰과 흑곰 같은 것들이 나타난다. 때로는 쉐이드 같은 강한 몬스터도 나타나기도 한다. 쉐이드는 그리 세지는 않지만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공격을 하기가 힘들다. 공격을 하다보면 체력적인 소모가 생기게 된다. 쉐이드는 그 때를 알아채서 공격해 들어온다. 나도 한번 싸운적이 있었는데 그런 방법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번 싸우고 나면 쉐이드의 작전 따위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번 더 상대해 봤으면 좋겠군. 후후...
어떤 사람은 스톤 골렘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소문은 어느 정도의 신뢰성만 있을 뿐. 나는 아직까지 스톤 골렘을 본적이 없다.
"아직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나 보군."
"응. 아직까지는! 한번 나와봐라, 이 자식들아! 하하하!"
싸우지 못해서 안달이군. 하지만 몬스터를 그리 약하지 않아, 칼트.
"네 녀석은 아직 몬스터와 한번도 싸우지 않았던가?"
칼트는 자신의 대검 사일런스를 휘두르며 내 말에 답했다.
"그래! 오늘 만난다면 작살을 내 주도록 하지! 나 오늘 컨디션도 좋다고!"
너야 언제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가? 너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하하...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나와 칼트는 1:1 대결을 했었다. 마법은 사용 안하고 검술만 승부하기로 하고... 결과는 나의 승리. 칼트 녀석이 자신이 너무 연습을 많이 해 지쳐서 졌다고는 하지만...
"이제 슬슬 돌아 갈 때가 된 것 같군. 해도 저물어 가고 있고."
"가자, 아렌! 오늘은 몬스터가 안 나오나 보지? 한번 싸워보고 싶었는데."
우리 둘은 그렇게 발걸음을 돌렸다.
쿵. ...? 무슨 소리?
"칼트, 방금 무슨 소리 듣지 못했어?"
"듣긴 들었는데... 무슨 소리지?"
쿵. 쿵. 쿵.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소리. 둔탁한 무언가가 땅을 내리치는 소리. 무언가가 오고 있다.
점점 소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쪽에서 나는거 같은데?"
칼트 녀석의 손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곳에서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고 있었다. 뭐... 뭐지?
이제 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땅이 울리고 있었다. 크게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
"......!"
우리 둘을 놀라게 만드는... 돌로 이루어 졌다던 강한 몬스터.
"스톤 골렘!"
칼트가 소리쳤다. 역시 듣던대로 몸전체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아주 곤란해. 이런 상황이라면...
스톤 골렘은 우리를 발견하고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스톤 골렘은 간단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 보통 만나면 살기 힘들다고 표현되는 몬스터.
"어쩌지?!"
칼트 녀석이 내게 물었다. 이 녀석... 그걸 내게 물어서 어쩌라는 말이냐...
"검을 뽑아."
"지금 싸우자고?!"
그래. 싸우자는 말이다.
"빨리 검을 뽑아. 힘을 모으면 이길지도 모른다."
이길지도 모른다라...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칼트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나는 정면에서 마주 보고 있을테니 칼트, 너는 양쪽으로 계속 공격을 들어가."
"알았어!"
하아... 떨리는 건가. 지금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가. 후... 나 따위의 인간도 죽음을 두려워 하다니... 이건 의외군.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지? 내 검 아르테라제... 믿도록 하겠어.
칼트는 재빨리 스톤 골렘의 오른쪽으로 향했다. 스톤 골렘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아르테라제, 후..."
또 다시 아르테라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오는 파이어볼 마법 주문.
"로느, 어트, 겐르. 죽음의 화염구와 지옥의 불꽃이 쏟아 내린다. 화이어볼."
내 손에는 이미 커다란 불덩어리가 만들어 졌다. 그리고 그 불덩이는... 스톤 골렘을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 쾅.
작렬하는 순간 스톤 골렘의 몸 전체가 뒤로 기울어 졌다.
"해낸 건가...?"
"좋았어!"
칼트가 소리쳤다. 하지만 불안하다. 스톤 골렘이...
"...!"
스톤 골렘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상으로 돌아왔을 뿐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안되는 건가...
"이얏...!"
칼트가 뛰어 나갔다. 위험하다. 나는 달려 나가는 칼트의 몸에...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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