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 책을 읽어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문학과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드나들면서 알게 된 "가시고기"라는 단어.
난 단지 "가시고기"를 일종의 단어 맞추기에 나오는 단어? 아니면,사전적 의미의 물고기 이름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게시판에 올려진 "가시고기"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서도, 그냥 무심히 흘려 버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뻔해..그렇고 그런 얘기겠지.'
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고정 되 있기만 했던 나의 생각이었다.
'백혈병에 걸린 소년이 있고, 소년을 간병하는 아비가 있어... 이런류의 이야기들은 많았지. "가시고기" 역시 그런류의 소설 이상은 아닐 거야. 흔하디 흔한 소재로 무슨 감동을 줄 수 있겠어?'
게시판에선 계속 "가시고기"를 추천하는 글이 올라오는데도 난 생각을 굽힐 줄 몰랐었다.
이런 내 고정관념을 일소에 무마시키게 했던 글이 있었다.
13살 소녀의 글이 그것이었다.
수없이 많이 올라온 글 중에서 유독 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순수한 소녀의 글에서
'한번 봐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난 "가시고기"가 주는 감동의 물결 속으로 빠져 들 수가 있었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가 다 그렇듯이 이 책에서도 아들에 대한 마음이 극진한 아버지가 나온다.
그 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10 살배기 소년이 나오고..
이야기는 그 둘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패턴으로 흘러간다.
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은 느낌을 받은 것이 여기에 있었다.
특히 다움이의 관점으로 전개되는 부분은 "가시고기"의 감동을 증가시키는 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다운 천진함과 어른스러움을 겸비한 다움이의 의젓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볼 때마다 코끝이 찡해오곤 했었다.
다움이는 백혈병에 걸린 자신의 아픔보다도, 아픈 자신을 위해 고생하고 있을 아빠를 보는 게 더 괴로웠던 아이였다.
"가시고기"와도 같은 아빠의 삶을 지켜보면서..애틋한 부자의 정을 키워왔던 아이였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병마와 투쟁하며 꿋꿋이 버텨왔던 아이였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보다도 의젓할 수밖에 없었고,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아이였다..
그 모두가 늘 곁에서 지켜주는 가시고기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움이 아빠의 극진하면서도 절절한 사랑은 다움이가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 간도 쓸개도 다 빼주어도 안 아까운 자식..
다움이를 위해서 전전긍긍하며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워 보였다.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것은.. 믿지 않았던 종교의 전당에 찾아가서
난생 처음으로 기도를 했던 부분이었다.
다움이의 종교였던 교회 예배당에서....다움이가 믿고 있는 신을 향해... 두손 모아 애절한 기도를 하던 그의 모습은....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아이의 믿음과 아비의 기원으로 빌지니, 절대자의 힘을 보여 아이를 살려달라는 애절한 기도....
아이를 대신하여 목숨을 내놓을 테니 다움이를 살려 달라는 처절한 기도...
아비의 피끓는 사랑을 절감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 장면을 대했을 때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저렇게 간절한데....아들의 믿음이었던 하느님에게 저토록 힘겹게 기원하고 있는데..
저토록 진실한데.....저토록...절실한데.....'
얼마나 안돼 보이던지....마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이미 불행은 그때 예감했어야 했다....
그런데 순진하게도... 난 해피엔드를 기대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정성이 있으니 다움이는 병이 나을 거고 아빠와 행복하게 살 거야....'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던가..
하늘도 감동한 가시고기 아빠의 기도...
결국 그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했다.
자식의 목숨을 대신하겠다는 그의 기도가...말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내놓고 껍데기만 남은 모습으로 ..
그는 그렇게 머나먼 여정 길에 오르겠지?
가시고기 아빠가 다움이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다...
결국은 이렇게 끝나고 마는 구나... 결국은.....
내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사랑하는 아빠와의 생이별에 가슴아파하는 다움이를 보면서,또한번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보다 끈끈했던 부자지간의 정을 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냉정을 가장해야 하는 아비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움이의 꿋꿋한 모습들..
아빠와 헤어지기 싫지만, 내색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야 하는 자식의 찢어지는 마음들....
어른스러운 다움이가 아빠와의 이별을 맞으며, 잡고 매달리고 싶어하는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에서 한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쩜.. 어린 꼬마가 그렇게 의젓한지....눈물을 흘리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련히 젖어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거구나...
부모 자식간의 애틋한 사랑도 이렇듯 색다른 감동으로 찾아들 수 있는 거구나...
행복한 부자지간의 모습으로 끝나지 않아 섭섭했지만,
모처럼 촉촉한 눈물의 감동을 한아름 가슴 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까지도 유리문 밖에서 돼지 코가 되도록...다움이를 바라보고 있을,
가시고기 아빠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애꾸눈을 하고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그의 모습은....
교회에서의 기도하는 장면 다음으로 잊혀지지 않는 부분이다...
아비의 정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니라 할 수 없었기에....이렇듯 시간이 지나서도 잊혀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리라....
그의 시선 하나에도 힘을 내던 다움이...그의 그러한 모습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졌겠는가...
돼지 코가 되도록...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자 했던,
아름다운 애꾸눈 아빠의 모습은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끔....
예쁜 글을 올려 주었던 그 소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