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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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는 연속극에 환장했다. 능력 없는 아버지 때문에 평생 지하철역 청소를 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내 친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지금 아버지처럼 능력없는 남자랑 재혼해 살고 있다.-는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연속극을 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나는 그런 어머니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연속극이란 연속극은 다 보고 자랐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연속극의 앞부부만 보면 뒷 부분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연속극을 볼 때마다 앞으로 연속극이 전개될 내용을 미리 말해 버렸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내 말을 들었다. 그러나 백이면 백 다 내가 얘기한 대로 연속극의 내용이 전개되자 어머니는 나랑 같이 연속극을 볼 때 연속극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말하면 정말 가만 안 두겠다고 하면서. 어쨌든 어머니는 정말 연속극에 환장한다. 그 말도 안 되는 연속극의 사랑에 울고 웃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머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는 그렇게 비행접시를 날렸으면서-니 아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난 정말 니 아버지를 사랑했다고 말하며 오열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1년도 채 못 되어 다른 남자랑 재혼했다. 어머니는 니 아버지를 잊을 수가 없어서 니 아버지를 닮은 사람하고 재혼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랑 닮은 점은 능력없는 남자였다는 것 뿐이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어머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니 새 아버지야. 죽은 니 아버지보단 지금 니 새 아버지가 훨씬 더 멋있어.’ 하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후 어머니는 새 아버지랑 싸운 후 ‘내가 정말 사랑한 사람은 니 친 아버지 뿐이야. 지금 니 새 아버지는 니 친 아버지의 발끝에도 못 미쳐’ 하고 말했다. 도대체가 정말 누구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있긴 한 건지? 어머니는 정말 나를 헛갈리게 했다.
어쩜 어머니는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도 되지 않는 연속극의 사랑에 환장하며 있지도 않은 사랑을 믿기 때문에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에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달타냥이 말했었다. 참된 사랑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남녀간의 사랑은 없다는 것을 안다고.